등불은 등경 위에 놓는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은.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입니다. 빛을 밝히는 목적으로 밝혀진 등불은, 그 빛이 가려지는 함지가 아닌, 빛을 퍼뜨려 밝게 해 줄 수 있는 등경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복음 전문을 읽으며, 빛, 등불, 그리고 등경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역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임을 일러주십니다. 이러한 비유를 통해, 제자들의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역할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등불 이야기를 통해 말씀해주신, 빛은 다른 이들을 비추는 것에서 그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역할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들, 그리고 우리들에게 있어서는, 무엇이 정체성이고, 가치이며, 역할인 것일까요?
예수님의 비유
예수님은 소금, 고을, 등불, 빛의 비유를 통해, 우리들의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은, 각자가 지닌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목적과 역할이 정해진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 즉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특성이 있을까요?
인간의 특성
물론 인간과 다른 동물 사이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습니다. 지능의 차이가 있고, 감정 표현의 차이가 있으며, 언어 능력의 차이가 있고, 사회성의 차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들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하며, 인간만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신의 흔적을 찾아서
인간, 그리고 사람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세상에 대해, 그리고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분명 인간만의 유일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특징을 '신의 흔적을 찾는 과정' 즉, 하느님을 향한 여정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은 세상에서 다른 생명체와 함께 살아가지만, 아마도 그 생명체들 중 유일하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는 존재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경험해가면서, 하느님, 그리고 하느님이 창조한 모든 것들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게 됩니다.
우리들의 짠맛, 그리고 빛
이러한 생각을 발판으로, 인간의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역할은, "하느님의 발자취를 찾고 또 따라가며, 하느님과 우리 자신, 그리고 서로를 조금씩 느껴가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을 찾는 노력과, 그를 향한 발걸음이 곧 우리의 짠맛이자 빛이며, 그 안에 우리들의 가치는 물론, 세상과 타인의 가치 또한,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창조물들은 하느님에게서부터 나왔기에, 하느님으로부터 그 가치가 부여되었습니다. 따라서 모든 가치의 원천인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모든것의 가치도 잊어버리게 되는 듯합니다.
등경 위에 올려진 등불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등경 위에 올려진 등불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아마도 등경 위에 올려진 등불처럼 살아가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하느님", 자신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삶이 아닐까요.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별들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습니다. 저 멀리서 오는 태양의 빛을 반사시켜 빛을 내지요. 그렇게 밤하늘의 달과 수많은 별들은, 태양의 빛으로 인하여 밝게 빛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태양이 잠시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에도, 우리는 달빛과 별빛을 보며, 태양이 여전히 빛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사랑을 베풀며, 하느님의 존재와 사랑을 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을 담고, 말하고, 표현하며 살아갈 때, 행복함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진정한 행복은, 우리의 정체성이자, 가치이자, 역할이자, 계명인 하느님과 사랑 안에서 그렇게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 요한복음 15장 12절 -
'복음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2) | 2022.06.09 |
---|---|
하느님이라 부르기로 선택하다 (0) | 2022.06.08 |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 (0) | 2022.06.06 |
평화와 함께 보내다 (1) | 2022.06.05 |
각자의 길에서 이끌어주시는 예수님 (0) | 2022.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