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목숨을 구하려는 자는 목숨을 잃을 것이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1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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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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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구하려는 자는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언뜻 보기에 모순적인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리고 목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진정한 목숨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 말씀은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예수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라는 말씀으로 이어지지요. 목숨이란 어떠한 존재가 살아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이 됩니다. 목숨을 단순히 "숨을 쉬는 것"으로만 해석하지 않고, 어떠한 대상이 "제대로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목숨에 대한 진정한 의미는 사뭇 달라질 수도 있겠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다 얻는다고 하여도, 자신을 잃거나 해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여기서 강조하신 "자신"은, 단순한 목숨보다는 우리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자신, 즉 진정한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다면,  하느님과 세상을 포함한, 우리에게 느끼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격이 되어버리니 말입니다.

 

목숨을 잃어야


 예수님은 진정한 목숨을 위해서는, 예수님 때문에 목숨을 잃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우리의 생명을 바치면서 죽어나가라는 폭군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지키고, 키워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예수님의 가르침이지요. 

 

 우리는 보통 십자가 위에서 '잃는 것'에 대해 몰입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얻는 것'을 바라보시지요. '십자가'는,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갈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형 도구이기에,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할 수는 있지만, 그 대상의 존재를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사형장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가셨지만, 그 여정에서 예수님의 존재는 더욱 뚜렷해져 갔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것


 십자가 위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영원한 죽음, 즉 존재의 사라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무언가가 자신의 존재를 파괴할까를 두려워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길을 걸어가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겠다며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정작 자신의 목숨이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면서도 말이지요.

 

 목숨을 지키는 것은, 그 목숨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어디로부터 오고 가는지를 아는 존재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목숨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존재는 하느님뿐이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들의 목숨이라고 임의적으로 판단했던 것들을 내어놓고, 진정으로 예수님을 따를 때, 비로소 목숨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존재감이 커지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내세워야 자신의 존재감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이지요. 우리는 커다란 외침보다, 자그마한 속삭임에 귀를 더 기울입니다. 또한 자기 자랑에 취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들어대는 사람보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나아가는 사람의 무게를 더 무겁게 생각하지요.

 

 우리의 삶에서 십자가는, 우리의 존재감을 짓밟으려 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못 박아 그분의 존재를 없애려고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십자가에 못 박혔던 예수님의 존재감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며, 그 전보다 더욱 커져갔습니다.

 

목숨을 내놓는 것


 우리는 흔히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표현을 "목숨을 내놓는다"라고 재해석해봅니다. 자신의 목숨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곳에 광적인 집착을 보입니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은 사람은 오히려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지요. 목숨을 내놓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존재는 목숨이라고 생각한 무언가에 귀속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는 것은 괴로움과 희생만을 강요하며, 죽어나가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집착"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더 큰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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