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믿음의 씨앗과 용서라는 거름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3. 11. 13. 12:20
반응형

용서로 자라나는 씨앗

용서해 준다는 것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그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 구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용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또 어떻게 행해야 하는 것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 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너무나도 어려운 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서"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이 용서를 구할 때마다 용서를 해줘야 한다는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렵게 다가옵니다. "용서를 구할 때마다 용서해 주어라"는 말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용서를 구하는 모든 상황에서 그냥 용서해 주면 된다는 단순하고도 쉬운 말이지요. 어쩌면 이 말씀이 어렵고도 힘들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적절한 이유를 아직 모르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위한 것


 

 어떤 이가 나에게 죄를 짓고 상처를 주는 상황은,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사막을 건너면서 마주하는 모래바람처럼 말이지요. 모래바람을 통해 눈 속으로 모래가 들어올 때면, 우리는 고통과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우리의 눈은 그 고통과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그 모래를 내보냅니다. 어쩌면 우리의 눈물, 즉 우리의 용서는 그들의 잘못으로 우리 마음속에 들어온 불순물들을 내보내는 과정은 아닐까요?

 

 그러하기에 용서는 진정으로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그 사람을 "먼저" 위하는 것보다, 용서를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 진실로 깨닫게 된다면, 용서를 가르쳐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짐처럼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회개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만을 위해 우리의 용서가 일방적인 희생과 배려가 되어버린다면 매 순간의 용서는 너무나도 괴로운 선택이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겨자씨만 한 믿음


용서에 뒤이어 등장하는 말씀은 "겨자씨만 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용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는 단순한 용서로만 끝나기에 억울한 일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때로는 용서보다 복수가 지금의 나에게 더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판단할 때도 있습니다.

 

 믿음은 완전하지 못한 우리의 근시안적인 판단에 사로잡혀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어린아이가  눈앞에 놓인 유혹거리를 따라가지 않고 부모의 가르침을 택할 수 있는 힘도, 사실은 부모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하느님은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즉 생명의 길을 알려주시는 존재라고 믿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충동에 휘말려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게 될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한 번에 믿는 것은 어쩌면 믿음이 아니라 맹신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표현하신 "겨자씨"는 어쩌면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신다는 그 사실 하나를 굳건히 믿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믿음이 씨앗이 되어 우리 마음속에 자라나고, 또 우리의 경험을 통해 그 믿음이 커져가는 과정이야말로, 하느님을 느끼며 우리의 씨앗을 성장시켜 가는 이 세상에서의 여정일 것이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 형제들의 잘못을 용서하는 선택은 믿음이라는 씨앗의 좋은 양분이 되어, 우리의 믿음을 더욱더 자라나게 한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채널 친구 추가 버튼
카카오톡 채널 친구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