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뺨을 때리면 다른 뺨마저 내어주라고?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3. 6. 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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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성경에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말씀들이 등장합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 역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지요.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예수님은 어찌하여 우리에게 이러한 말씀을 전하신 것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 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빼앗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누군가의 폭력으로, 또 예측하지 못했던 사고로, 혹은 우리의 부족한 판단으로 인한 "상실"은 그렇게 우리의 아픔과 공허함이 되어버립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의 눈을 사라지게 만든 사람의 눈을 똑같이 앗아가고, 또 우리의 이를 상하게 한 사람의 이를 똑같이 상하게 만든다는 논리이지요. 그러나 이 방법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습니다. 상실로 인한 우리의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으나, 상실로 인한 아픔과 공허함이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오히려 다른 뺨을


 

그렇다면 아픔과 고통이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상대가 뺨을 때리거든, 함께 뺨을 때리지 말고 오히려 다른 뺨을 내어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쉽게 이해되질 않지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선택은 우리를 더욱 우습고 만만하게 만들며, 그로 인해 더욱 부당한 상황은 잦아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걱정은 무언가를 "통제할 수 없음"에서 비롯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상실'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힘"을 기르려 합니다. 남들에게 빼앗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요. 하지만 '상실의 상황'은 우리가 어떠한 힘을 길러낼지라도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예수님은 우리를 궁극적인 해결방안이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즉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상대의 몫은 상대가 선택하고, 내 몫은 내가 선택하는 것임을 떠올리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상황에서 드러난 "행위"보다, 그 상황에서 그러한 선택을 한 사람의 "마음가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행위의 목적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속 뺨을 내어주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에게 굴복하는 마음도, 더 때려보라는 식의 상대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려는 마음도 아니었을 테니 말이지요.

 

자신이 선택할 때


 

복음 속 예수님께서 비유하신 상황을 상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받는 두드림은 안마가 될 수 있지만, 원하지 않는 두드림은 폭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어쩌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우리의 선택의 유무에 달려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산이 줄어드는 같은 상황일지라도, 그것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기부"와 "나눔"이라는 행복이 뒤따르고, 그것을 거부했던 사람에게는 "손해"와 "피해"이라는 불행이 뒤따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상실의 상황에서 더 내어주는 선택은, 상대방을 위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피할 수 없는 상실을 우리의 선택으로 인해 불행이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위한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선택일 것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상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상실을 "내어줌"과 "나눔"으로 정화할 수 있는 "선택"이라는 힘이 있습니다.

 

 지난날의 아픔을 되돌아보며,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보다, 마음속에 그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생긴 아픔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를 놀라고 아프게 한 순간의 외부 자극이, 우리 마음속에 스며들어 독이 되지 않도록, 그러한 자극들이 만들어낸 독을 게워내고 내어놓을 수 있기를, 오늘도 예수님께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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