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사랑의 순서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3. 6. 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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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넘쳐흐르는 물

첫째가는 계명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율법학자는 예수님께 이러한 질문을 합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이러한 질문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 구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며, 첫째가는 계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 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모든 것의 우선순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법과 사회에서는 늘 "우선순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가 깨질 때, 항상 문제가 발생하지요. 예수님께 질문하였던 율법학자도, 계명에 있어서 그러한 우선순위가 궁금해했던 것 같습니다. 

 

 복음에 등장한 예수님의 답변을 간추려보면, 계명의 첫째는 하느님 사랑이며 둘째는 이웃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계명, 즉 사랑에도 우선순위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지요. 그렇다면 사랑의 우선순위를 지키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이 깨졌을 때 일어나는 일들은 무엇일까요?

 

사랑의 우선순위가 깨지다


  간혹 세상에서는,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을 더 사랑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우선적인 사랑과 함께 가정을 약속했던 그 관계보다, 자신의 가정과 무관한 사람에게 더 큰 사랑을 원하는 관계말입니다. 이러한 관계 순간적인 만족이 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이러한 길을 택한 사람은, 자신의 배우자와도, 그리고 다른 이성과도 온전한 행복을 맛보지 못하게 됩니다.

 

 우선순위가 깨진 사랑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유발합니다. 사랑은 마치 넘쳐흘러내리는 물과도 같습니다. 가장 위에 있는 샘물이 마르면, 그 아래의 물들 역시 언젠가는 말라버리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마르지 않는 샘물을 가장 위에 두는 올바른 순서로 나열되어야만 사랑은 계속해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사랑의 올바른 순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율법학자는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찾아냅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율법학자의 발견에 매우 흡족해하셨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웃을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먼저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개념을 채워나가는 것이지요. 아이들 역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부모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만들어 갑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스스로를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해 주는 대상의 모습을 통해, 올바른 사랑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스스로를 사랑하다


  자신에 대한 올바른 사랑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서 싹틉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온전히 느낄 때, 우리는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점점 커져서 이웃도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커다란 나무가 되지요.

 

 하느님을 온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으로 사랑한다는 말은, 엄청난 부담감을 주는 강요의 말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의 온갖 감각과 요소들로 온전히 경험한다면, 모든 부분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됨을 뜻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행하지 않도록


  우리는 사랑의 순서를 역행하며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이웃의 평가와 판단에 목메어 살아가고, 자신의 가치를 외부의 시선에서만 찾아갑니다. 사랑받아야 할 이유를 그곳에서만 찾으려 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 역시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이처럼 뒤틀린 사랑의 우선순위는 우리의 삶을 끝없는 갈증과 불행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우리의 이웃은 우리 안의 사랑이 넘쳐흘러갈 대상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은 하느님의 사랑이 넘쳐흘러오는 그릇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 사랑, 자신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이 항상 우선순위를 지키고 있다면, 그곳이 바로, 평화와 행복이 깨지지 않는 "하느님 나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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