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다시 성해질 수 있도록
손이 다시 성해지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에는 이러한 말씀이 등장합니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이 구절은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들의 치유를 떠오르게 합니다. 손을 뻗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다시 성하여지는 것은 무엇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 봅니다.
복음 전문
오그라든 손
예수님이 방문한 회당 안에는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자신의 오그라든 손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워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질병을 지닌 사람에 대한 잘못된 시선과 판단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앓고 있는 질병의 원인과 근거를 환자의 조상, 또는 당사자의 죄악에서 찾아내려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손이 오그라든 환자는 그러한 시선과 판단으로 인해, 죄책감과 자기혐오가 점점 커져갔을 것입니다. 진실이 아닌 판단들에 치여 그는, 치유가 필요한 오그라든 손을 숨기고 감추는데만 급급해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오그라든 손은 점점 더 안으로 굽어지며, 오그라듦은 자신의 마음까지도 전염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오그라든 마음
회당 안에는 어떻게 하면 흠을 잡아서 예수님을 끌어내릴지를 고민하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의 마음 역시 오그라들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 자신의 잘못된 부분이 들추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둡고 추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어떠한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마음, 이러한 마음들은 치유가 필요한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오그라들고 아프게 만들기도 합니다.
때론 우리의 치유를 위해, 스스로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내어놓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남들의 시선과 세상의 잣대에 얽매어 아파하고 있는 스스로를 안아주지 못하는 경우는 오늘날에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치유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아프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치유에 대한 갈망, 즉 생명을 향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다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예수님은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그 가운데로 나간다면, 자신이 오그라든 손을 지닌 사람임을 모두에게 알리는 꼴이 되는데도 그 사람은 가운데로 나가는 선택을 합니다. 예수님은 조용한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그를 치유해주지 않았습니다. 공개적으로 안식일에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는 행위는, 예수님에게도 더 위협이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지요.
안식일에 치유를 행하는 예수님을 틀렸다고 바라보며 끌어내리던 사람들은 "생명"보다 규율과 문화를 더욱 우선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틀어진 우선순위는 그들을 병들게 하고 죽음에 빠지게 만들었지요. 그들과 달리 손이 오그라들었던 사람은 치유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선택을 이어나갔습니다. 남들의 시선과 판단보다 자신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행하였고, 오랫동안 오그라들었던 그의 손은 "손을 뻗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 다시 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부르심과 응답
신앙, 믿음, 치유, 기적 그리고 사랑은 모두,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 간의 "교류"를 의미합니다. 하느님의 기적과 치유는 하느님과 "함께" 생명을 선택하는 이들에게만 허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숨이 달려있다고 착각하는 남들의 평판, 정해진 규율, 오래된 풍습,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진정한 "생명"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오그라들어가는 우리의 일부분이 느껴진다면, 자꾸만 가리고 싶고 감추고 싶으며 더욱더 괴로워지는 무언가가 발견된다면, 그때가 바로 예수님이 우리를 가운데로 부르시는 순간이며, 치유의 기적이 시작되는 예수님과의 만남의 시작점일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우리의 손을 뻗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손이 다시 성해질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하느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