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도 굳세어졌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 속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이 구절을 통해 정신적인 성장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육체적인 성장은 물론, 정신적인 성장도 함께하여 주시는 듯합니다. 복음 전문을 읽으며, 정신이 굳세어지는 것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누군가의 탄생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늦은 나이에도 아이를 갖게 된 엘리사벳은, 건강한 아이를 낳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당시 문화와 풍습에 따라, 친척의 이름을 따와서 아이의 이름을 지으려 하였지만, 어머니인 엘리사벳의 선택과, 기적과도 같은 주변 상황으로, 아이의 이름이 요한으로 정해집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 이름이 붙여지는 과정은 누군가의 탄생을 의미할 것일 겁니다. 사실 우리 모두의 탄생은 정말 특별하고 놀라운 과정입니다. 확률적인 의미에서나, 생물학적인 의미에서도, 사람의 탄생 자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요. 그리고 모든 탄생은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각자의 탄생이 모두 특별한 만큼,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한 사회적인 역할을 넘어, 스스로도 행복을 느끼며 이웃에게도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그러한 역할 말입니다.
누군가의 역할
복음 속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음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마리아의 뱃속에 있는 예수님을 보고 기뻐 뛰놀며 그를 반겼습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의 삶과 죽음은 모두,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었지요. 이처럼 우리에게도 각자의 삶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알리는 역할이 주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말을 통해, 누군가는 행동을 통해, 또 누군가는 사랑을 통해, 또 누군가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통해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하고 계심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례자 요한의 역할은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닙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예수님을 반기며 기뻐하였으며, 광야의 삶에서도 그는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길을 걸어 나갔습니다. 또한 물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면서도, 자신이 주목받는 것보다, 훗날 오실 예수님의 존재를 알리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느꼈지요. 이처럼 자신의 역할은, 타인의 강요가 아닌 자신의 기쁨을 통해서 찾고, 또 행할 수 있는 듯합니다.
굳센 정신이 필요할 때
하지만 우리는 늘 기쁜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도 낮과 밤이 있듯, 삶에서도 기쁨이라는 빛이 잠시 가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잠시 어둠이 찾아왔을 때,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굳센 정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자라면서 겪는 수많은 일을 통하여, 우리의 정신을 굳세게 만들어 주십니다. 정신적인 굳셈은 우리에게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게 해 주며, 거짓되고 허황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그렇게 굳센 정신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적절할 때를 다시 기다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정신적인 무너짐을 경험하고는 합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삶의 전부라는 생각과, 어려움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은 정신적인 무너짐으로 이어지지요. 또한, 자신의 목숨이 아닌 것을, 자신의 목숨이라 착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어려움의 시간을 잘 견뎌낸다면,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뒤이어 찾아옵니다. 이처럼, 정신이 깨지고 무너질 것 같은 경험들은, 굳은살이 박이는 과정처럼, 굳센 정신을 만들어냅니다.
꽃이 피다
굳센 정신은, 우리의 꽃이 필 때까지, 잘 견뎌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들꽃의 존재는 꽃이 피고 나서야 알아차리지만, 사실 그 자리에는 꽃을 피우기 전부터, 비바람과 땡볕을 견뎌냈을 들꽃이 있었을 테지요. 모두의 삶에는 저마다의 꽃이 있습니다. 그 꽃은 남들보다 훌륭히, 그리고 남들보다 높이 나아가야만 피는 꽃이 아닙니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인 삶이 아닌, 자신이 기쁨을 느끼는 길을 꾸준히 걸어간다면,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피어있는 자신의 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했던 세례자 요한도, 자신의 미래를 알았기에 그 시련들을 견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굳센 정신은, 우리가 겪는 일 하나하나에 매몰되기보다, 결국에는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믿음과, 하느님의 이끄심에 대한 믿음으로, 완성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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