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그날"이 올까?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7. 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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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농사

흘러넘치는 새 포도주


 오늘 복음 말씀 구절 속 예언자는 이러한 말을 전합니다. "산에서 새 포도주가 흘러내리고 모든 언덕에서 새 포도주가 흘러넘치리라." 이 구절에서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인한, 풍요와 기쁨이 느껴집니다. 말씀에서 표현된 흘러넘치는 새 포도주는 무엇일지, 독서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독서 전문

독서 전문
독서 전문

비유 투성이


 성경에는 다양한 비유적 표현이 등장합니다. 독서에 등장하는 아모스 예언자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에도 역시, 비유적인 표현으로 가득하지요. 주님의 말씀이라며 전해지는 이러한 비유 투성인 이야기들이 때로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몰입하면서 의미를 찾기보다,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말씀하시고자 하실지를 생각하며 말씀을 바라봅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비유들은 무언가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하느님은 그 "무너짐"이 새로운 "탄생"과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죽음과 생명


  반복되는 비유적 표현을 살펴보면, 죽음과 생명의 연결고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밭을 가는 이, 포도를 밟는 이는 뒤에 나오는 거두는 이와, 씨 뿌리는 이는, 서로가 연관되어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아무래도 어떠한 사건의 장면 자체보다, 사건의 연속성에서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좁은 시야로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감정과 생각이 쉽게 흔들리게 되지요. 우리는 지금 마주하는 "무너짐"만 보고 있기에, 그 자체를 불행이며, 지옥이라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무엇일까?


 하지만 오늘 독서 속 하느님은 "그날"의 존재를 알려주십니다. 이는 우리가 환상을 품을 수 있는 특정한 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날"은 특정한 날짜와 시간이 아닌, 우리의 삶과 생명을 연속성 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장치, 즉 "미래"를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씨앗을 심고, 가꾸는 사람을 떠올려봅니다. 이 사람은 작은 씨앗이 자라날 수 있다는 인지와 믿음이 있었기에, 기쁘게 씨앗을 심고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은 씨앗이 자라나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을 "그날"을 느끼며 기쁘게 가꾸어간 것이지요.

 

 그 누구도 돌멩이가 자라나길 바라며, 기쁜 마음으로 땅에 심어진 돌멩이를 가꾸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물을 주어도 돌멩이는 항상 그대로 멈추어 있을 테니까요. 하느님이 말씀하신 "그날"은 우리가 돌멩이가 아닌, 씨앗임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그날" 대한 인지와 믿음은, 우리가 마주하는 힘든 순간이, 멈춤이 아닌, 성장을 위한 "과정"임을 일깨워줍니다.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밭을 가는 이와, 포도를 밟는 이를 떠올려봅니다.

 농사일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밭을 가는 행위는, 단순히 파괴적인 노동으로만 보일 수 있습니다. 멀쩡한 땅을 부수고 헤집는 행위가 무엇을 위한 일인지 모를 테니까요.

 

 하지만 밭을 가는 행위가, 농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임을 아는 이에게는, 밭을 가는 과정이, 농사를 위한 필수적이며 생산적인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만약 밭을 갈면서, 훗날 건강한 작물을 거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밭을 가는 순간 역시 축복이며,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작물을 거두며 기뻐할 "그날"을 생각하며 말입니다.

 

 포도를 밟는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도주의 제작과정을 알지 못하는 이에게, 포도를 밟는 일은 너무나도 비논리적이고, 부당한 일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애써 키운 포도가 눈앞에서 밟혀가는 것을 본다면, 괴로움과 분노마저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값진 새 포도주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포도를 밟는 모습은 다르게 보입니다. 오히려 모든 포도알들이 골고루 밟히고, 으깨지면 으깨질수록, 더욱 값진 포도주가 나올 것을 기대하며 기뻐할 것입니다.

 

진리를 알아가다


 어쩌면 "진리"를 알아간다는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뛰어난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 삶의 이치와 어떠한 상황의 진실을 알아가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상황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를 참으로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흔들리는 치아를 뽑기 싫어하며 두려워하는 어린아이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줄지언정, 함께 괴로워하고 불행해하는 어른은 없습니다. 어린아이의 작은 치아가 빠지고 난 자리에는 분명, 더욱 튼튼하고 건강한 치아가 새로 나올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고난과 역경도, 진리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크게 두려워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무너짐"과 "사라짐"은, 영원한 죽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겪는 그 모든 고난과 역경들은 우리를 더욱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과정일 뿐이니까요.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그날"을 진정으로 믿는 사람은,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일 것입니다. "그날"의 때를 자신이 정해놓고, 많은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도 아닐 것입니다. 참으로 "그날"을 믿고, 또 아는 사람은, 자신이 마주한 현실 속에서도, "그날"에 느낄 기쁨을 맛보며,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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