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거저 줄 수 있을까?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7. 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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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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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모든 것들은 거저 받은 것이니, 그것들을 거저 주어야 한다는 말씀일까요? 복음 전문을 읽으며, 거저 받은 것과 거저 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그 여정에서, 앓는 이들을 고쳐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주며, 마귀들을 쫓아내 주라고 이야기하시지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라는 말씀과 함께 말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사도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이 그들에게 주었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하라는 말씀처럼 다가옵니다.

 

내가 가진 것


 사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곧바로 떠오른 것은,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지닌 것들을 남들에게 나누어야 한다는 것에만 몰두하니, 불편한 마음이 자리 잡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예수님을 찾아와서 하늘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던 청년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가진 것을 다 팔아 나누어주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이야기 속 청년은 그렇게 하지 못하였기에,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울상이 되어 돌아갔다고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거저 받은 것?


 예수님께 받은 것들을, 물질적인 것들에 국한되어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렵게 얻은 것들을, 남들에게 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은 더욱 어렵게 다가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재산과 재능을, 애초에 거저 받았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워서 일까요? 그것들을 얻는 과정에서 분명 우리 자신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그것들을 얻는 과정에서 하느님의 도우심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거저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도 분명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지닌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그토록 내려놓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러한 옹졸함을 내려놓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더 큰 것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받은 더 큰 것들을 알아차려야, 작은 것들이 사라지더라도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로 자신이 거저 받은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 사람은, 그것을 남에게 줄 때 괴로워하지 않을 테니까요.

 

대가 없이 받은 것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기로 합니다. 예수님께, 그리고 하느님께 거저 받은 것은 무엇인가? 아무런 대가 없이, 그리고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정말로 거저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예수님께 사랑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은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아름답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할 때도 있을 것이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갈 때도 있었을 것입니다. 비겁하게 변명을 늘어놓으며 잘못을 감추고, 남들을 비난하면서 스스로를 속인 적도 있을 테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거저 주셨습니다. 그 사랑은 우리에게 '가르침'의 형태로 되어 전달되기도 하였고, '기도의 응답'으로 전해지기도 하였으며, '치유', '위로', '평화', '기쁨' 등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사랑을 전하는 것


 오늘 복음을 통해 전해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진짜 사랑"을 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평화를 빌어주지만 그들이 원하지 않을 때에는 강요하지 않는 것, 우리가 거저 받은 사랑처럼, 남들에게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거저 줄 수 있는 것, 사랑을 느낀 상대가 베푸는 호의를 감사하게 받는 것, 물질적인 부족함이 상대를 사랑하는 여정에서 방해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신, 그리고 우리가 이웃에게 거저 주어야 할 "진짜 사랑"임을 가르쳐주십니다. 

 

 아마도 하늘나라에 들어가고 싶다는 청년에게, 가진 것을 모두 팔아 남에게 주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히 그 청년의 심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은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율법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또한 재물과 재능도 많았기에, 세상 사람들의 인정 또한 많이 받았지요. 그러나, 자신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는 것은, 하느님께 사랑받는 자녀 됨을 의미할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 청년은 자신이 한 말과 행동, 그리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많은 것들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스스로도 자신이 지닌 것들이 사랑과 인정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다릅니다. 하느님이 그 청년을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의 조건 때문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그러한 조건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고를 깨뜨리기 위해, 예수님은 그러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조건 있는 사랑으로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그 어디도 천국이 될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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