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7.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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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
저울

지혜롭고 순박하게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 예수님께서는 뱀과 비둘기로 표현된, 서로 다른 특성의 조화를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복음 전문을 읽으며, 지혜와 순박함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너희를 보낸다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보내며,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여정을, 사도들이 잘 걸어 나갈 수 있도록, 예수님은 몇 가지 조언을 하십니다.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라는 말씀과,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씀으로 말이지요.

 

착한 사람이 되어라?


 흔히 사람들은,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서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착한 사람이 되고자 하였다가, 괴로움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하느님의 뜻을 따르겠다며 시작한 길이지만, 반복되는 상처와 배신에 몸과 마음은 쉽게 지쳐버립니다. 결국에는 괴로움이 분노가 되어 터지고, 오히려 그 전보다 더 엇나가는 삶을 살게 되기도 하지요.

 

 우리는 때로 선과 악을 임의대로 정의하여, 치우쳐진 판단을 할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로 든 동물인 비둘기와 뱀은 대표적인 선과 악의 상징적 동물입니다. 우리에게는 비둘기의 모습과 뱀의 모습이 공존할지도 모릅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 두 가지 측면이 모두 필요할지도 모르지요.

 

균형과 조화


 예수님은 두 특성의 균형과 조화를 이야기해주십니다. 뱀으로 표현된 사람의 특성에는 "영악함"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영악함에는 교활함, 지혜로움이 섞여있지요. 우리는 그 특성 안에서, 지혜를 따오면 됩니다. 반대로 비둘기로 표현된 사람의 특성에는 "순진함"이 있습니다. 순진함에는 순박함과 무지함이 섞여있습니다. 우리는 그 특성 중 순박함을 따오면 되는 것이지요.

 

 솔직함이라는 가치에 꽂혀, 모든 이에게 내면의 솔직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비둘기의 순진함만을 자처하며, 무리하게 스스로를 무방비상태로 만들어버리지요. 마치 조개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속살을 전부 드러낸 조개처럼, 무모하게 자신을 위험 속에 던져버립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방치된 속살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까마귀 때처럼, 속살을 마구 쪼아대고, 찔러대지요. 예수님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천사가 아니기에, 선하기만 한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요.

 

우리가 믿는 대상


 우리는 하느님, 그리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을 믿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타인과 자신을 과도하게 믿는다는 것은, 진실, 즉 하느님에게서 멀어지는 길입니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일은 흔히 일어납니다. 성직자 또는 신자들에게 과도한 믿음을 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할 때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아 하느님에게 등 돌리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하느님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함, 즉 뱀처럼 지혜롭지 못했기에 마주하게 된 결과일 뿐입니다.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심'이 어디인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그 "중심"을 살아냈습니다. 예수님의 삶을 곱씹어보면, 우리의 삶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비둘기처럼 순박하게만 살아가지 않았습니다. 예수님도 화를 내야 할 때는 화를 내셨고, 거절해야 할 때는 거절하셨습니다. 심지어 자신을 이용하려는 자들의 달콤한 말에는 넘어가지 않았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치우쳐진 대우를 하지 않으셨습니다.

 

균형의 지표


 우리는 보통 살아가면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며, 실망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러한 고통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커지게 되지요.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만들어졌지만, 삶의 과정을 통해 많은 것들이 다듬어질 필요가 있는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직, 양들보다 이리에 가까운 모습이란 말이지요.

 

 양들을 이리 가운데 보낸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드러내 줍니다. 자신이 양이니까 다른 이들도 양이겠거니 하며, 무심코 살아가다가 주저앉게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예수님은 계속해서 진실을 일깨워주십니다.

 

관계 속 지혜


 사람에 대한 환상은 우리를 괴롭게 합니다. 사람들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사람 관계에서 느끼는 배신감과 괴로움이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박해하는 고을은 피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이 인간관계에서의 지혜를 말해줍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뿐, 상대를 바꿀 수도 없고, 바꾸려 해도 아니 됩니다. 성향이 잘 맞지 않아 힘든 사람이 있다면, 어떠한 노력에도 계속해서 괴로움을 느낀다면, 잠시 그 관계를 멈추는 것도 지혜일 수 있습니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웃과 무작정 화기애애하게 지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리는 처방이, 서로 거리를 두는 방법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리를 분별할 줄 아는 뱀의 지혜와, 욕심에 치우치지 않는 비둘기의 순박함이, 인간관계 문제의 최고의 처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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