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를 뿌리고 신의를 거두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 속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는 정의를 뿌리고 신의를 거두어들여라." 하나의 씨앗처럼 표현되는 정의와, 작물처럼 표현되는 신의는 무엇일지, 독서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독서 전문
예언자의 말
오늘 독서에 등장하는 호세아 예언자의 말에는, 추상적이고도 알쏭달쏭한 표현들이 연이어 등장합니다. 예언자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먼저 '열매를 잘 맺고, 가지가 무성한 포도나무'로 표현된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열매란 나무의 활동으로 축적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열매를 보면, 그 씨앗을 알 수 있다던, 예수님의 말씀도 떠오릅니다. 우리가 맛보는 그 열매가, 어떻게 맺힐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누구에게 그 감사를 드려야 할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예언자는 수많은 열매를 맺더라도, 그것이 온 곳을 알지 못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게 됨을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
사람들은 자신 앞에 놓인 열매가, 어떻게 열리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열매를 혼자만의 힘으로 일구어냈다고 착각하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자신만의 힘으로 열매를 맺었다는 생각은, 열매가 자라는 과정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마음은 타인과 신을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의 뿌리가 됩니다. 이 외면은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며, 외면의 주체가 자신이 만든 세상 속에서 갇혀 살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느님은, 스스로 만들어낸 거짓된 세상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그를 꾸짖습니다. 물론 자신의 세상에 갇혀, 하느님을 향한 감사와 경외 마음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 당장의 불편함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열매와 씨앗, 그리고 자신과 하느님의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연관성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여,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가, 하나의 나무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나무라고 착각하며 떨어져 나가는 나뭇가지는, 풍성한 열매가 아닌, 죽음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해, 결국 무너짐을 경험하며, 열매가 어떻게 맺히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하십니다.
알아차리기 위하여
호세아 예언자는 길을 잘못 걸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정의를 뿌리고 신의를 거두며, 묵혀둔 땅을 갈아엎으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열매를 맺게 된 진짜 경위와 과정을 알지 못하였고, 그 과정의 진짜 목적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들에게는 분명,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벽을 부수며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씨앗과 열매의 참 뜻, 그리고 목적
호세아 예언자는 우리가 뿌린 씨앗과, 우리가 맺은 열매의 참 뜻과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뿌려야 할 씨앗은 "정의"이며, 우리가 거두어야 할 열매는 "신의"라고 말합니다. '올바른 뜻'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정의'는 하느님에게서 온 하느님의 뜻을, "믿고자 하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는 '신의'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바라보려 하며, 진실되게 살아가려는 마음과 행동은, 하느님의 뜻을 뿌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뿌리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 즉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씨를 뿌리다 보면, 그 뜻에 담긴 참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예수님과 함께 길러낸 열매를 맛본 사람은, 기쁨과 만족과 함께 하느님을 향한 신의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하느님을 따르니 참된 열매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경험은, 하느님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체험이 됩니다.
비처럼 내릴 때까지
호세아 예언자는 주님이 나타나셔서 정의를 비처럼 내릴 때까지, 하느님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내면의 밭에는 우리도 모르게 많은 것들이 심깁니다.
'정의'의 씨앗은 처음부터 우리의 밭에서 나지 않습니다. '정의'는 바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씨앗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그 씨앗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뿌려주실 때, 우리의 밭에 심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러한 씨앗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마음속 밭을 갈고 또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참된 열매들의 씨앗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옵니다.
'참된 행복'이라는 열매 역시, 하느님에게서 온 씨앗으로 열리게 됩니다. 스스로가 그 씨앗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인지한다면, 우리는 열매를 맺었을 때,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감사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열매가 하느님에게로부터 왔다는 진실을 알고 있는 감사는, 하느님의 존재를 느끼는 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씨앗을 심고 열매를 거두는 진짜 목적이 아닐까요? 진짜 행복은 열매 자체가 아니라, 열매를 통해 느낀 하느님과 함께 기뻐할 수 있음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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