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목숨을 잃어야 구한다고?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3. 2. 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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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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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잃는다면 구한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라는 말씀은 굉장히 모순적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과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또 그러한 '잃음'을 통해 어떻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인지를 묵상해 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너무나 고통스러운 길


 예수님은 어느 날 제자들을 한데 모으고 이러한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의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십자가를 따라야 하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게 되고 하느님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무섭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성인들의 "순교"를 떠오르게 하는 이 말씀은 우리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어쩌면 목숨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뒤이어 예수님은 목숨의 소중함을 "세상을 다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는 말씀을 통해 직접 강조하기도 하셨습니다.

 

 앞뒤가 맞는 것 같지 않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는 어떠한 뜻이 숨겨있는 것일까요? 그러다 문득, 우리가 생각하는 목숨과 예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목숨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목숨과 가짜목숨


 우리는 가끔, "죽을 것 같다"라는 표현을 듣거나 말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 견뎌내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직면했을 때, 또는 극도의 공포감이 몰려오거나 정말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때,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의 대부분은, 사실상 그 사람의 목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로 위태롭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죽을 것 같다", 혹은 "죽겠네"라는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런 표현을 하지 못하거나 "살고 싶다", 혹은 "살려주세요"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요. 이러한 표현의 차이를 유심히 관찰하다 보니, 이러한 생각으로 묵상이 이어졌습니다.

 

두려움이 아닌 소망으로


 "목숨"을 지키는 행위를 떠올려보면, 보통 생명을 향한 진취적인 나아감보다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피해 달아나는 회피가 더 많이 담겨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버려야 하는 목숨을 "죽음을 피해 다니는 두려움"이라 정의하고, 예수님께서 소중하다고 말씀하신 목숨을 "참된 생명을 향한 지속적인 선택"이라고 바꾸어본다면, 그 말씀에는 더 이상 모순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같은 관점으로 우리의 삶을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닌, '진정한 생명을 선택해 나가는 것'으로 바꾸어본다면, 우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참된 생명인 '하느님'을 택하는 삶이 우리의 "목숨을 구하는 길"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복음을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은 진짜 우리의 목숨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며, 그로 인해 깨닫게 되는 참된 생명의 근원이, 우리를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복음 속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스스로를 버리라는 표현은, 자신을 포기하고 방치하라는 말이 아니고, 스스로가 만들어낸 고정관념과 강박,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며,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스스로를 과도한 책임과 부담으로 짓누르라는 것이 아닌, 예수님께서 직접 이루어내신 우리를 죽게 할 것만 같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맞서 승리하는 여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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