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행복,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것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8. 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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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여인

행복하십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엘리사벳은 성모님께 이렇게 말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일이,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을 믿는다는 것과, 우리의 참된 행복과는 어떠한 연관이 있을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엘리사벳을 찾아가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이를 갖게 된 여인이, 친인척의 집에 방문하여 축하를 받는 흔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당시 마리아가 처했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잉태'라는 기적을 체험한 두 사람의 대화가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당시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마리아가 처녀의 몸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게 될 것을 말씀하셨고, 마리아는 그 말씀을 받아들였지요. 인류가 기뻐할 마리아의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당시 마리아가 마주해야 할 상황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좋지 않은 상황


 엘리사벳을 만나기 전까지는 마리아의 여정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바라본다면, 마리아의 임신은 그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 임신이었습니다. 남들의 시선에는 그저, 남편의 아이가 아닌 아이를 임신해서 온 여성에 불과하였기 때문이지요.

 

 '잉태'의 진실은 그렇게 가려진 채, 사람들의 축하와 보호를 받아야 할 여인은, 홀로 자신의 여정을 걸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성모님은 당장의 어려움들보다, 하느님의 말씀에 더 무게를 두었고, 또 그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마음으로 불행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하지 못하게 하는 것


 우리는 보통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때면, 주변의 환경부터 바꾸려는 시도를 많이 하지요. 하지만 성모님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바꾸면서 행복을 찾아가기보다,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행복을 찾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뱃속의 아이가 하느님의 아들이며, 기적을 통해 생긴 아이라고 떠들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볼 누군가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그들을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지요.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여, 돌로 쳐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억울한 시선을 신경 쓰며 불행해하지 않았습니다.

 

복된 사람


 우리는 성모님을 "복된 사람"라고 표현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며 인류의 구세주인 예수님을 잉태한 유일한 어머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모님을 복되다 말하면서도, 그녀의 삶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위로와 희망만을 얻지는 않았습니다. 진실을 알아본 엘리사벳의 고백 이후 등장하는 성모님의 노래는, 참된 기쁨의 노래였습니다. 그렇게 마리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도 분명 진실로 "행복"하였고, 또 기뻐하였습니다. 후대의 사람들이 그녀를 복되다고 일컫기 전부터 말이지요.

 

행복을 향하여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을 위한답시고 너무나 많은 목적지를 세워놓을 때가 많습니다. 사회적인 성공과 사람들의 인정, 지식의 습득, 아름다움과 건강, 그리고 이웃과의 화기애애함 등을 지표로 삼으며 말이지요. 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행복의 지표 사이에서 혼란이 찾아옵니다. 하나를 움켜쥐면 다른 하나가 무너져가는 혼돈의 상황에서 우리는 지치고 또 다치기도 하지요.

 

 놀랍게도, 누구보다도 행복해하였던 복음 속 마리아의 삶에서는, 위와 같은 지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성모님이 기쁨의 노래를 부르는 순간에서도, 위와 같은 지표들에 맞닿아 있지 않았지요. 그렇다면 성모님은 어떻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을까요?

 

참된 행복


 어쩌면 사람의 참된 행복은 "하느님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신처럼 살 수 있다고 해도, 결국은 그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신처럼 살아도,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진실은 스스로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은 "진실"을 알게 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존재가 가장 크고 뚜렷한 진실일 것이며, 그 존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이 행복일 테지요. 그러므로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그 말씀들이 이루어져 가는 과정을 삶에서 느낀다면, 그 사람은 행복할 것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에 불행해야만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성모님이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할 수 있었던 것은, 성모님이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을 진하게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임신한 여성은 신체적으로 가장 괴롭고 불편한 상황이지만, 자신의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아이의 존재와, 그를 향한 사랑을 느끼기에, 가장 행복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 우리가 어디로 달려야 할지, 어디로 향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면, 우리는 단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나아가야 하며, 그 "진정한 행복"은 나의 상황이 아닌,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나의 상태"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누군가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믿고, 또 그 말씀이 자신에게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상태에 있다면, 그는 분명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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