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무언가를 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땅과 하늘은 어떠한 연관이 되어있는지를,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남들은 뭐라고 하더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은 누구를 '사람의 아들'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봅니다. 뒤이어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지요. 이러한 질문에 베드로만이 예수님을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보통, 세상을 바라볼 때 남들의 시선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생각이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변화되기도 하지요. 이러한 모습은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눈앞의 대상을 사람들이 무엇이라 부르는지를 가장 먼저 배우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 합니다. 자신이 사과라고 생각하는 과일을 모두가 딸기라고 부르고 있다면, 우리는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으려 할 때가 많습니다.
습득과 표현
오늘 예수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타인의 의견과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십니다. 예수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또는 군중들에게 직접 가서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실 수도 있었지만, 제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물어보셨습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이러한 질문 방식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언어를 배울 때의 순서를 떠올려봅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듣고 나서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의견을 듣고, 우리의 생각을 떠올려보는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사실 우리가 말하고, 또 생각하는 무언가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자신이 창시한 언어로 소통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만으로 살아갈 수도 없지요. 귀를 통해 들은 것이든,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 것이든,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들은 것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베드로가 했던 고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한 고백은 베드로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삶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듣거나 깨닫게 된 것을 말하게 된 것일 뿐이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가 말한 그 진실을 성령이 알려주셨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생각과 진실을 구분하다
우리는 의견 또는 생각과 진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타인이 말하는 의견은 그들의 생각일 뿐, 항상 진실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의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자신에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항상 진실일 수는 없지요. 하지만 타인의 수많은 의견들과, 우리의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우리는 진실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말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진실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는 하느님의 이끄심을 통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때가 허락되기도 합니다.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은, 수많은 의견과 생각들로 많은 것들이 꼬여버린 매듭들을, 하나하나씩 풀어갈 수 있게 됩니다.
하느님의 시선
베드로가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자,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과 부활의 여정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십니다. 그러나 조금 전 진실을 마주했던 베드로는 기겁을 하며, 예수님의 여정을 반대하고 나서지요.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라며, 또다시 눈이 가려진 베드로를 훈계하십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하느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실은 어느 하나만 바라보면 알 수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에서도 바라보고, 자신의 시선에서도 바라보아야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지요. 하지만 완전한 진실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땅 위의 시선뿐만 아니라,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 즉 하느님의 시선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과 진실의 여정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진실과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요소가 균형을 이루며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진실과 사랑의 여정에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세 가지 요소는 바로, "하느님", "자신", 그리고 "이웃"입니다.
하느님은 분명 가장 큰 계명으로 이를 말씀하셨습니다. 한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나 "자신"처럼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이지요. 사랑은 "하느님", "자신", "이웃" 모두에게 순서대로 흘러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사랑하여야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여야 이웃을 사랑할 수 있게 됨을 알려주시지요.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
진실에 다가가는 여정은, 사랑이 흘러내려오는 방향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가장 뚜렷한 진실은 "하느님"이실 테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이웃"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떠올려보고, "하느님"의 시선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속 베드로는, 이웃의 의견에서 자신의 생각까지 오는 여정은 성공하였지만, 자신의 시선에서 하느님의 시선으로 가는 여정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 그리고 참된 행복을 마주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이 흘러내려오는 방향으로 우리의 생각과 시선을 조금씩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전혀 이해되지 않던 문제들이 풀리며, 땅 위에 살아가면서도, 많은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들이 마주하는 문제들을 땅에서 하나씩 풀어간다면, 하늘에서도 함께 그것들이 풀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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