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이 달라지다
오늘의 말씀 구절은 예수님의 변모를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번쩍였다." 예수님의 모습이 변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꿈같은 이야기
예수님의 제자 세명은, 예수님을 따라서 기도를 하러 산에 올랐습니다. 기도를 하다가 잠에 들었던 베드로와 요한, 그리고 야고보는 깨어나자마자 꿈과도 같은 일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기도를 하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변하고, 그분이 입고 계시던 의복마저 새하얗게 변하는 장면을 목격하지요. 또한 예수님이 자신에게 일어날 일들을, 세상을 떠난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정말로 제자들이 잠들어서 보게 된 꿈속의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경에는 잠에서 깨어난 제자들이 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아마도 예수님의 변모와 모세, 그리고 엘리야와의 대화 장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산 위에서 있었던 일들의 신비함보다 그 안에 담긴 의미에 조금 더 집중해봅니다. 기도하시면서 바뀐 것이, 단순히 외관상의 용모뿐이었다면, 산에서 내려온 예수님의 변화된 모습을 곧바로 다른 사람들도 그 차이를 알아차렸을 테니까요.
그들이 진짜로 본 것
예수님과 함께 산을 올랐던 세명의 제자들은, 잠에서 깨어났기에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현상이 아닌, 진실의 현장은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은 산에 올라서 온 힘과 정신과 마음을 다해 기도하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과정을 통해서 예수님의 마음과 정신은 점차 변화되었을 것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변화를 확실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기도 안에서, 자신이 겪어야 할 일들을 하느님께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과 교류해왔던 모세와 엘리야가 했던 말들을 통해, 하느님으로부터 격려와 응원도 받았을 테지요. 이처럼 기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잠에서 깨어난 제자들은 뚜렷한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가려지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베드로는 예수님과 모세, 그리고 엘리야를 위해 초막을 지어드리겠다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말들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구름이 곧바로 그 세 사람을 덮었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우리는 어떠한 진실을 보고, 임의적으로 섣불리 판단해버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섣부른 판단, 즉 자신이 알지도 못하면서 내린 판단은, 결국 짙은 구름이 되어 진실을 가려버리고 맙니다. 눈앞의 순간을 자신의 종착점으로 여기고, 그곳에 정착하고자 했던 베드로의 판단처럼 말이지요.
구름이 사라지고, 제자들의 눈앞에는 늘 보아오던 예수님만이 서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 전 들었던 하나의 목소리를 떠올리지요.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제자들은 자신이 본 모든 일들에 대한 침묵을 지키며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진실은 신비롭다
우리는 삶의 여정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마주할 때가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일지도 모르지요. 참된 진실은 하느님만이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진실이 신비롭고, 또 경이롭게 다가오는 것일 테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진실을 향한 여정에서 임의적인 판단으로 섣불리 선을 그어버리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여정을 방해하는듯한 말로 여러 번 예수님께 꾸지람을 듣습니다. 이는 사람의 시선으로만 그 상황을 바라보았기에, 진실에 다가갈 수 없었음을 알려줍니다. 또한 하느님의 일이 정말로 신비롭다는 사실은, 사람의 시선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이지요.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 보이는 부분만 변화되는 것보다, 그 사람 "자체"가 변화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사람의 외관을 고칠 수는 있지만, 사람의 내면까지 고칠 수는 없다고 흔히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신비는 겉모습의 변화가 아닌, 내면의 변화, 즉 사람의 시선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진실을 볼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존재가 변화되다
아마도 예수님의 변모는 우리의 "존재"가 변화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선악과를 먹고, 결국에는 "죽을 존재"가 되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어 "죽지 않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존재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여정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계획을 우리가 따라가면서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을 우리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것을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하시지요. 바로 아드님인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그분의 말씀을 따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시기 전에, 말씀의 형태로 성부이신 하느님과 함께하셨다고 전해집니다. 하느님의 말씀, 즉 성자이신 예수님은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때로는 성경 구절을 통해, 그리고 마음속 울려 퍼지는 깨달음을 통해, 이웃과의 관계를 통해, 심지어는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어떠한 말씀을 전해주시지요.
그렇게 말씀으로 다가오는 예수님과 교류하고, 또 자신의 시선보다 하느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청하는 "기도"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새로운 존재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에게도, 산 위에서 펼쳐진 그 광경처럼, 신비한 일들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제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 기억들을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하느님의 이끄심을 따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청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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