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면 머무른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던 말씀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는 표현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좀처럼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머무른다는 것은 무엇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살을 먹고 피를 마시다
예수님은 자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시는 자만이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오랜 역사 동안 인류에게 금기시되어온 동족을 먹는 행위를 말씀하신 것일까요? 예수님은 자신의 살이 참된 양식이며, 또 자신의 피는 참된 음료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예수님의 표현을 조금 더 곱씹어봅니다.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가
예수님의 살과 피를 따지기 전, 예수님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당시 그 말씀을 직접 하신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육체를 지닌 이스라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살과 피를 말씀하실 때에, 당시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는 예수님의 육체에만 한정되어 생각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누는 행위, 즉 자신의 죽음을 말씀하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예수님이 어떠한 존재일까요?
말씀이신 예수님
예수님은 당시의 모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말씀"의 형태로 만나게 됩니다. 그러한 예수님의 살과 피는 말씀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은 사실, 세상에 오기 전부터 말씀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모습으로 오셨다가,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신 것이지요. 따라서 그분의 살과 피는, 인간 형태의 살과 피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원래의 형태, 즉 '말씀'의 살과 피를 지칭하는 것일 겁니다.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말씀의 모습으로 늘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신 예수님은, 그렇게 자신의 살과 피를 계속하여 나누고 계십니다.
나를 먹는 사람은 나로 말미암아 산다
예수님은 늘 생명의 빵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가 늘 먹는 빵과는 다른 차원의 빵이며, 예수님만이 줄 수 있는 그 생명의 빵은 예수님의 말씀, 즉 예수님의 살과 피를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분의 일생을 걸쳐 쌓여왔습니다. 그 말씀 안에는 삶과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돋아난 살과 죽어가며 흘린 피가 담겨있습니다. 그 일생을 통해 전해지는 말씀을 받아먹으며, 우리는 생명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살리는지를 조금씩 알아가는 듯합니다.
한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 요한복음 1장 1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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