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와 화해하여라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은 "형제와의 화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복음에서는 하느님께 예물을 바치기 전에, 형제와 화해하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일러줍니다. 복음 전문을 보며, 형제와의 화해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봅니다.
복음 전문
의로움
복음 속 예수님은 의로움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그 의로움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을 능가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의 의로움은 '형식'에 근거한 의로움입니다. 형식과 규칙을 지켜가면서 의로움을 행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러한 행위적 의로움보다, 서로의 마음속에서 의로움이 퍼져나가기를 바라시는 듯합니다.
더 어려워진 조건
언뜻 보면 의로움의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진 것처럼 보입니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형제에게 성을 내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러한 표현으로 우리를 겁먹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의로움을 행하는 것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지요.
의롭다는 것
의로움은 결국 하느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끌어주고, 또 길러주는 존재입니다. 형제라는 표현에는 이러한 것들을 상기시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하느님 아래서 형제와 함께 자란다는 것은, 서로에게 힘이 돼주며, 때로는 이끌어주기도, 일으켜주기도 하는 삶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두 형제
부모님 슬하에 두 형제가 있는 가정을 상상해봅시다. 만약 부모님의 입장이라면, 두 형제가 사이좋게 서로를 도와가며 지내는 것을 더 바랄까요, 아니면 자신들에게 깍듯이 하면서 둘이 헐뜯는 것을 더 바랄까요?
바보 멍청이
복음에서는 형제를 '바보', 또는 '멍청이'라고 부르는 것을 나무라고 있습니다. 사실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마음대로 규정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살인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존재를 파괴하고자 하는 행위이기에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부정적인 존재로 판단해버리는 것 역시, 본연의 존재를 뒤틀어버리는 행위이기에 상대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고소와 형벌
형제의 원망을 풀지 못하면, 그가 나를 고소할 것이고 그로 인한 형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뭔가 억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되짚어본다면, 그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보, 멍청이와 같은 부정적인 말은 상대를 규정하는 말입니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말에는 힘이 있기에, 그 사람을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영향이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말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부정적인 씨는 그것을 받아들인 사람의 선택과 상황에 따라, 말라죽기도 무럭무럭 자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의 땅에 그러한 씨를 뿌린 사람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요.
형제가 품고 있는 원한
살아가면서 사람 관계의 마찰은 불가피한 듯 보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누군가나 나에게 원망을 품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이를 알아차린 상태에서 그것을 외면하는 마음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땅에 부정적인 씨앗을 뿌렸음을 알아차렸다면, 우리는 그것을 거둬들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화해한다는 것
화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상대에게 뿌린 부정적인 씨앗을 거두는 행위와도 같습니다. 씨앗을 뿌린 사람이 그 씨앗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만들어졌기에, 신이 지닌 힘 또한 일부 물려받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사람의 말입니다. 하느님은 사람의 말에 커다란 힘을 주셨습니다. 그 힘은 심지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생물에게까지 영향을 줄 만큼 강력합니다.
그러므로 말과 판단으로 상대의 마음에 독버섯을 심는 일을 경계해야 합니다. 타인의 마음속에서 우리가 심은 독버섯이 자라지 않도록, 상대의 마음에 독버섯의 씨앗을 뿌리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뿌리게 되었다면, 화해를 통해 그것을 다시 빼주어야 합니다. 만약 그것을 외면하고, 우리가 뿌린 부정적인 씨앗으로 인해, 타인이 고통받게 된다면, 그 책임은 씨앗을 심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상처
사람의 관계에서 해를 입었을 때, 우리는 이를 '마음의 상처'라고 부릅니다. 마음에 상처가 나면 그곳에는 틈이 생깁니다. 누군가는 그 공간에 약을 발라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좋지 않은 것을 자라나게 하는 씨앗을 심어버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타인에 의해서만 생기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속 상처에 스스로 약을 발라줄 수도, 좋지 않은 씨앗을 심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씨앗을 심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감을 증폭시킵니다. 만약 그러한 일들을 자행한 스스로를 알아차렸다면, 그 씨앗들을 뽑아주어야 합니다. 때로는 본인과의 화해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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