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희망을 걸어야 할 때
오늘 복음 구절에서는, 예수님이 나타날 때 받은 은총에 모든 희망을 걸으라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나타날 때는 언제이며, 또 그때 받을 은총은 무엇인지, 그리고 모든 희망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복음 전문을 읽으며 생각해봅니다.
복음 전문
예수님이 나타나실 때
복음에서는 예수님이 나타나실 때 받을 은총에, 우리의 모든 희망을 걸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나타나실 때는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요? 성경에는 아무도 그날을 알지 못한다고 표현되어있을 만큼, 그 정확한 때를 알려주는 부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때론 잘못된 집단에서 이러한 때를 임의적으로 설정하고 악용하는 사례도 있기에, 매우 주의하며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죽음의 순간
예수님이 나타나는 순간을 '죽음의 순간'으로만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필자 역시 그렇게만 생각해왔기에, 삶의 절망에 빠졌을 때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보다, 죽음 이후의 세상에 막연한 희망을 둔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형태의 희망은 망상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불확실한 사후세계에만 매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경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 이후의 세계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모든 희망을 건다
모든 희망을 건다는 것은 행복의 '올인'을 의미합니다. 올인은 도박이나 투자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개념일 수 있지만, 방향을 정함에 있어서 '올인'은 모든 힘을 집중하게 해 줍니다. 그림을 그릴 때를 생각해봅시다. 어떤 방향으로 그려야 할지를 정하지 않고 여기저기 힘을 준다면, 그림은 삐뚤빼뚤하게 그려집니다. 밭은 갈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쟁기질을 하면서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밭은 고르게 갈리지 않습니다. 걷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걸어가지 않는다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게 됩니다.
행복의 근거
하느님이 내려주시는 결과에 모든 희망을 걸지 않는다는 것은, 어느 다른 곳에 희망을 분산시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이 내려주신 선물에 확신을 가질 수 없을뿐더러, 선물을 온전히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모든 희망을 하느님께 거는 것은 자신의 행복의 근거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은 하느님에게 두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거룩한 삶
'거룩하다'라는 말은 현실과 굉장히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보통 현실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거룩하다고 말하기보다, 현실에서 벗어난 사람을 거룩하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 속 하느님과 함께한 인물들은 모두 현실에 충실했습니다. 모세는 왕자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치기로 수년간을 성실히 일했습니다. 다윗 역시 왕이 되기 전,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들을 피해 노숙을 해가며 열심히 도망 다녔던 시절이 있습니다. 마리아는 돌로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임신한 아이를 잘 길러내었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훗날 예수님이 태어났습니다.
거룩하다는 것
거룩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금의 삶에 충실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순종하는 삶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보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모든 행실에서 거룩해진다는 것은, 티 없이 맑은 청렴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기보다, 노력과 선택은 자신의 몫으로 두고, 그 뒤에 찾아올 결과와 선물은 하느님께 맡길 수 있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난과 영광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고난과 영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노고와 영광은 삶을 완성하는 재료가 됩니다. 삶이라는 과정에서 어떤 나무에 얼마나 자주 물을 줄지를 선택하고 행합니다. 우리가 키우는 그 나무가 잘 자랄 수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하느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열매를 주실 것입니다.
나도 그러니 너희도
하느님께서는 자신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도 거룩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적절한 때와 시기를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에 있어서 필요한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영광은 노고 없이 생길 수 없습니다. 노고도 영광이 없다면, 괴로움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의 인생이라는 각자의 작품에서 하느님은, 그 당사자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고 계십니다.
삶이라는 그림을 하느님과 함께 멋지게 그려내려면, 붓을 쥔 우리의 손과 하느님의 손길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붓을 쥔 손의 힘을 주되, 어긋난 방향으로 가는 나의 손을 잡아주는 하느님의 손을 믿고 의지한다면, 자유롭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그린 작품, 그것이야말로 정말 거룩한 작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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