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을까?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4. 2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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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


 오늘 복음 말씀 구절 속 예수님은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속 예수님은 보고서야 믿는 이를 나무라듯 말씀하십니다. 뒤이어,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말도 덧붙이십니다. 예수님을 보지도 않고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일이 정말 가능한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두려움에 문을 잠그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예수님이 죽임을 당하고 사라지자, 유다인들이 자신들마저 헤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문을 잠그고 숨어있습니다. 제자들은 마치 전쟁에서 진 패잔병들처럼, 인질이 되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어느 날,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십니다. 유다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꼭 잠가 두었지만, 예수님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제자들 가운데에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건네시며, 자신의 못 자국을 직접 보여주십니다. 그러자 두려움에 갇혀있던 제자들은 기쁨을 되찾고, 성령을 받아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스스로를 가두어 버릴 때


 우리도 복음 속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부재를 느끼며, 두려움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계획과 예상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다거나, 갑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충격을 받아 스스로를 가두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에게는 일어난 모든 일들이 모두 계획된 것이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제자들에게는 두려움일 뿐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숨어버린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또다시 힘과 용기를 주십니다. 세상이 우리의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를 떠나서가 아니라, 아직 우리가 예수님의 계획을 보지 못해서 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토마스의 체험


 예수님의 다른 제자들과 달리, 토마스는 부활한 예수님을 바로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는 예수님의 상처에 직접 손을 대고 나서야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문득 이러한 말이 생각납니다.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아야 안다." 우리는 어떠한 가르침을 직접적인 경험이 아닌, 간접적인 형태로 받아들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간접적인 경험은 받아들이지 않고, 오직 본인의 직접적인 경험만을 믿음의 근거로 삼으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은 확실한 방법일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비용은 간접적인 경험을 통한 깨달음에 비해, 꽤나 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누군가에게 겸손을 알려주실 때, 지혜로운 이들은 그 가르침을 미리 알아차립니다. 진정한 겸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며,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느끼고 행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겸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후에야, 겸손을 배우게 됩니다. 깨닫고 믿게 되는 결과는 같지만, 그 대가로 지불한 것이 비교적 적은 이가 행복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


 사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다는 것은, 신앙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세상만을 살아가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만 살아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공허함이 찾아오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은 결국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들 뿐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보이는 것만으로 한정하는 것 역시, 스스로를 매우 작은 틀에다 가두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나중에 그것을 확인하는 경험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의 세상은 굉장히 넓어집니다. 같은 삶을 살아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렇게 자신의 세상이 넓어진 사람은 더 큰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


 인간이라는 우리 존재 역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느끼고, 또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높은 가치를 두는 정신적인 교감과 관념들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입니다. 사람은 보이는 육체와 보이지 않는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의 "생명" 또한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보지 않고도 믿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때는,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느낄 때입니다. 우리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은, 우리를 창조하신 하느님, 그리고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듯합니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조물의 맏이시로다.
- 골로사이서 1장 15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