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께 내맡기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 속 베드로 사도는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 그리고 그분을 믿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맡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 전문을 읽으며, 우리의 걱정을 예수님께 내맡기는 것에 대하여 묵상해봅니다.
독서 전문
겸손, 하느님이 주신 것
독서에는 겸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흔히 겸손이라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겸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때로는 겸손을 가장하며, 자신의 것을 더욱 내세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하느님의 강한 손 아래에서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 말합니다. 아무래도 겸손은 우리가 가진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며 수줍게 이야기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닌 듯싶습니다. 겸손은 자신에게 주어진 무언가가,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것임을 진정으로 고백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내가 만든 것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느님께서 주셨다고 머리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녀의 성공과 성장에 부모는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뿌듯함 안에, "내가 너를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다."라는 자신의 지분이 들어가는 순간, 겸손은 어려워지는 듯합니다. 그렇게 커져버린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자녀를 뽐내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겸손하지 못한 마음, 그리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일까요?
걱정의 근원
우리는 자신의 것, 내가 만들어낸 것을 빼앗기기 싫어합니다. 또한 그 대상에 대한 통제권과 영향력을 주장하고 싶어 하지요. 그것이 불가능해질 때, 우리는 '걱정'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사실 사람에게는 무언가를 영원히 유지하고, 또 지켜낼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소유를 잃는 "걱정"에서는 영원히 자유로워지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무언가에 대한 소유권 자체를 주장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소유권의 확인과 이전
우리는 여기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그 대상이, 정말로 우리의 소유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지분을 과하게 측정하며, 정작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이라 믿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걱정"은 이러한 대상에게 드러나는 하나의 지표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만 걱정을 합니다. 자신과 무관하며, 또한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걱정을 하지 않지요. 예수님께 나의 모든 걱정을 내어드리는 것, 그것은 자신의 소유권을 모두 예수님께 넘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 소유권들을 하나씩 예수님께 넘겨간다면, 예수님을 진정으로 "주인", 즉 "주님"으로 모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원래 그분의 것들을 내 것으로 뺏어오는 것이 아닌, 그분의 것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겸손일 것입니다. 아버지의 밑에서 자라나는 아들이, 아버지의 권력과 재력을 마치 자신의 소유인양 휘두르려 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께서 결국에는 자신을 도와주실 것임을 믿고 맡기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우리는 겸손한 마음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됩니다.
오만이 오면 수치도 오지만 겸손한 이에게는 지혜가 따른다.
- 잠언 11장 2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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