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세상을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내주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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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하늘로 올라가는 풍선

세상을 사랑하셨기에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은 이러한 말씀을 전해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셨다." 늘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세상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 나라와 늘 대비되던 세상과, 하느님께서 너무나 사랑하신 세상과는 다른 것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하늘, 그리고 세상


예수님은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세상에서 태어난 존재가 하늘로 올라가는 경우는 없었음을 알려주지요. 그렇다면 하늘과 세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하느님이 계시는 거룩한 곳을 "하늘", 그리고 우리가 수많은 유혹과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이곳을 "세상"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받아들이는 하늘과 세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늘과 세상은 구분된 공간이며, 세상은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는 단절된 공간처럼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창세기에 기록된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공간에서, 인간이 떨어져 나왔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한때는 '하늘'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 나라


  하늘은 하느님 나라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모든 존재가 하느님을 확실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백성들이 임금의 전부는 알지 못하더라도, 임금의 존재만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반면에 세상은 하느님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여 그로 인한 수많은 혼란과 괴로움이 있는 곳을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괴로움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편협적인 시선은 세상을 혐오하거나, 외면하고 기피하며, 하늘나라로 올라갈 수 있는 '죽음'만을 기다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모든 '죽음'이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길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말씀하셨습니다.

너무나 사랑하셔서


  예수님은 하느님이 세상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외아들인 자신을 보내셨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그냥도 아닌, 너무나도 사랑하셨다는 표현은, 세상에 대한 편협된 기존의 시선을 잠시 멈추도록 도와줍니다. 사실, 하늘과 땅은 모두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곳입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역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된 곳이지요.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그 공간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음을 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하늘이라고 일컬어지는 또 다른 세상도, 겉보기에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별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하늘과 세상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하느님과의 연결"에서 오는 것일 뿐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하늘이라는 곳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보다, 더 고급 물질로 이루어진 곳이라기보다, 하느님을 느끼고 볼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일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만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관점과도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는 하늘이라는 곳에서 하느님을 직접 보고, 직접 느꼈던 경험이 있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많은 것들에 가려져서 단 한 번도 하느님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은, "하느님을 몸소 체험"하며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길을 스스로 찾을 수 없습니다.

쌍둥이 이야기


  이러한 관점을 통해 하나의 일화를 상상해봅니다. 한 고을에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두 아이의 이름은 "하늘"과 "세상"이었지요. 쌍둥이는 부모의 품에서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두 아이가 자라나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세상"이라는 아이는 누군가에 꾐에 빠져, 부모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세상"이라는 아이는 그렇게 부모와 떨어져 살아가게 됩니다.

오랜 시간 홀로 살아온 "세상"에게는 온갖 어려움들이 많았습니다.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먹고 탈이 난적도 있으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서 다친 적도 있었지요. "세상"은 부모와 떨어져 보낸 시간이 너무나도 길었기에, 자신의 부모가 있다는 사실은 물론,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지냈습니다.

"세상"의 부모는 그렇게 망가져간 "세상"을 아직도 지극히 사랑하였습니다. 많은 것을 잃어버려 집을 떠올릴 수도 없는 "세상"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부모는 "하늘"이라는 아들을 "세상"에게 보냅니다. 부모는 "세상"이라는 아이가, "하늘"이라는 아이를 만난다면 해를 끼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방법이 "세상"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세상"은 자신과 닮았지만, 부모의 향기와 가르침을 품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잊고 있었던 부모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집"이라는 곳이 있으며, 언제나 그랬듯 자신을 애타게 기다려온 "부모"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선택


  하느님은 자꾸만 자신과 멀어져 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 손을 놓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러한 쉬운 방법이 아닌, 외아들을 보내어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을 선택하십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찾는다는 것이, 기억나지 않는 존재를 알아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자신과 닮고, 우리와도 닮은 외아들을 보내시어 자신의 존재를 조금씩 알아차릴 수 있게 도와주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라는 말씀처럼, 예수님을 통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우리에게 허락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공간이동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그곳이 곧 하늘이며, 하늘이야말로 예수님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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