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좁은 문을 선택하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10. 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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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주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오늘 복음에는 이러한 구절이 등장합니다. "주님, 문을 열어주십시오." 이 구절은 닫힌 문 앞에서 애원하는 누군가를 떠오르게 합니다. 주님께 열어달라는 그 문은 무엇일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좁은 문


 복음에서는 어떠한 사람이 예수님께 "구원받을 사람이 적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예수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라는 대답을 하시지요. 그리고 예수님은 많은 이들이 그곳에 들어가려고 할 테지만,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도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그 문은 집주인에 의해 닫히는 날이 올 것이며, 그 후에는 그 문을 열어달라고 간절히 청하여도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말씀은 차갑고도 무섭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원하는 곳에 영원히 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공포스러운 상황일 테니 말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묵상해봅니다.

 

문 너머를 갈망하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떠올리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그 문 너머의 곳으로 가기를 갈망한다는 것은 그리 자연스러운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애초에 그 문 너머의 곳으로 가고 싶어 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갈 생각이 없던 사람에게는 그 문 너머의 세상이 "갈망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 문 너머의 세상을 원했던 사람이라면, "왜 문이 열려있을 때 문을 넘어서 이동하지 않았을까?""라는 의문도 함께 듭니다. 아마도 문이 닫히고 난 후, 문을 열어달라며 간청하던 사람들은,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상태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머물고자 했던 그 자리가 자신이 바라는 곳이 아니었음을 뒤늦게 깨달아서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택을 망설이다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많은 것을 고민하고 걱정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지 못해서 선택을 미룰 때도 있지만,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그 선택지가 영원할 것이라 착각하며, 결정을 무한정 미룰 때도 있지요.

 

 "좁은 문"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선택"의 의미를 더욱 강조해줍니다. 우리는 우연히 커다란 문을 지나쳐 들어갈 수 있지만, 좁은 문을 통과할 때는 우리의 선택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숙이고 몸을 웅크려야 하기에, 편안한 상태에서 흘러가듯이 그 문을 통과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어쩌면 예수님은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우리를 겁주려 하기보다, 지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진실을 분명히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말씀을 전해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한한 존재가 아니며,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존재이지만, 그 사실을 잊으며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지낼 때가 많습니다. 또한 우리가 소중하게 느끼는 것들이, 원할 때마다 항상 옆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할 때도 많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일에는 끝이 있으며, 영원한 삶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이 수반되어야 함을 이야기하십니다. 각자의 선택에 따른 "책임"과 "결과"가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지요.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그 선택의 기회는 무한하지 않으며, 모든 선택을 포기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을 때, 우리의 존재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도 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선택의 기회"가 있었을 때, 자신이 원하던 선택을 하지 못한 이들은 결국 후회하고 절망합니다. 남들의 시선과 판단을 핑계로 삼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외면하면서 선택을 미루다 보면, 우리는 "멈춤"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과 같이 무한하고도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회 역시 유한할 것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문을 통과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선택들을 이어 나가 봅니다. 우리의 선택은 곧 나아감을 의미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곳을 향한 선택이 이어져나갈 때,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존재와 여정도 함께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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