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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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과 호수
호수를 비추는 태양

태양 아래 새로운 것


 오늘 독서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등장합니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이 구절은 세상에 대한 허무함, 혹은 밋밋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말씀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독서 전문을 읽으며, '태양 아래'와 '새로운 것'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독서 전문

독서 전문
독서 전문

허무로다, 허무


 오늘 독서에 등장하는 코헬렛은 세상의 허무함을 탄식하듯 외치고 있습니다. 태양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노고가 무슨 보람이 있으며, 세상의 것들은 결국 돌고 도는 형식이기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지요. 이러한 탄식은, 무작정 앞을 향해 달리고 있던 우리를 잠시 멈추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듭니다. 삶의 뜻깊음을 이야기해야 할 성경에서, 왜 코헬렛의 탄식을 기록하고 전하였던 것일까요? 비관적이며 암울한 느낌마저 드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되뇌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허무함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음을 알리는 과정이라는 생각이었지요. 코헬렛은 세상이 허무하니, 생명은 하찮고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새로워 보이는 것을 소유해 나간다고 하더라도,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고백인 것이지요.

 

새로운 세상?


  문화와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는 인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획기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부분과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부분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이러한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우리들이 옛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우리가 들어보지도 못한 세상에서 살아갈 미래의 사람들 역시, 우리보다 더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지요.

 

 누군가 삶이 허무하다고 느낄 때는, 행복하지 않을 때일 것입니다. 일상에서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삶에서 더 나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태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져야 할 우리의 마음이, 텅 비어있음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허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행복은 "새로운 결과물" 보다는,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서 다가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느님은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음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말씀은 우리의 행복이, 새로운 것으로 인한 자극보다, 함께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것과 연관되어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어제 우리가 보았던 그 태양이고, 어쩌면 내일도 보아야 할 태양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일상도, 어제와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내일도 어김없이 비슷한 하루가 반복될 테지요. 우리는 반복된 일상을 지루하고 답답하다고 여기며, 행복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색적인 시도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자극에 의존하는 삶이 반복되다 보면, 새로운 경험에도 금방 무뎌지게 되기 마련입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하느님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익숙한 삶에서도 우리가 놓쳐온 소중함을 찾아낼 수 있다면, 새로운 것을 통해서만 행복을 추구하던 우리의 삶에도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행복한 삶"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희생합니다. 자신이 아직 갖지 못한 무언가에, 혹은 아직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그 어딘가에 행복이 있을 것이라 꿈꾸면서 말이지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라는 구절은 우리의 이러한 환상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어릴 적 만난 의사 선생님


  행복이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것에만 있다고 생각할 때, 허무함과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행복을 가져다주는 무언가가 아직 저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은 행복하지 않은 자신을 마주 할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무언가에도 "행복", 즉 "하느님"이 담겨있음을 깨닫는다면, 그 허무함과 공허함은 사라지게 됩니다. 행복을 "지금 여기"에서도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느님은 성경을 통해 "지금, 여기"를 강조하며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미래의 허황된 환상을 약속하면서, 지금의 행복을 희생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지니거나 겪고 있는 것들에서도 "행복", "하느님"을 찾을 수 없다면, 새로운 상황에서도 그들을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행복할 수 있는 마음


  무엇이 있어야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우리에게 무언가가 없어서 불행한 것도 아닐 것입니다. 자꾸만 새로워 보이는 것에 눈을 돌리며,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이 살아왔던, 그리고 살고 있는 삶에서도 숨겨져 있는 보석들을 찾아봅니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그리고 하느님을 찾고 또 느낄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그 행복은, 미래에서도 반복될 것입니다.

 

 우리의 시각과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세상에서 겪는 일들에 대한 우리의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선과 사고방식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확장되고, 또 변화됩니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던 존재가,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같은 일상에서 멈추어 있음을 느끼던 존재에서, 새로운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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