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가난한게 행복하다고?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2. 1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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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기타를 연주하는 길 위의 사람

부와 가난

 만약 당신에게 "부"와 "가난"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제공된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많은 사람이 부를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돈을 벌고, 또 일을 하며 살아갈 때가 많다. 그래야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도, 듣지도 않을 테니. 하지만 오늘 말씀 구절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한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복음 전문을 살펴보며, 어떠한 의도로 그리 말씀하시는지를 살펴본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누구나 원하는 행복

 행복은 누구나 바라는 가치이다. 어찌 보면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라 말할 수도 있겠다. 신앙인들에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이와 같다. 신앙의 종점(?)이자 목적지이다. 이 두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대상은, 놀랍게도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이 미덕?

 필자는 가끔 꼬인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인위적인 가난을 추구하면서, 뒤틀린 신앙관을 가졌을 때가 있다. 그때는 돈 자체를 악이라고 생각하면서, 기피하고 멀리하려 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가난은 물질적 가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과 하느님 나라를 갖기 위한 인위적인 가난은, 절대 미덕이 아니다. 

성경 속 사례

 성경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난함'에 대해 조금 더 체감하고자, 성경 속 인물들을 들추어보았다. 우선 다윗 왕이 떠올랐다. 하느님의 총애도 받았으며,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 었다고 일컬어지는 그 "다윗"말이다. 그는 한 나라의 왕이었다. 일단 여기서 물질적 가난은 아주 먼 이야기가 된다. 다윗뿐만 아니라, 성경 속 좋은 사례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에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인물들이 포함되어있다. 따라서 경제적인 가난이 행복과 하느님 나라의 조건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가난

 혹자는 이 가난함을 '마음의 가난'이라고도 표현한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겸손을 말하는 것일까? 마음의 가난함을 표현해주는 성경 속 이야기를 몇 가지 살펴본다.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를 비교하는 성경 속 이야기가 있다. (루카복음 18,9-14) 바리사이는 율법에 따라 철저히 살아가고, 또 하느님을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리를 깎아내리며, 자신을 내세우는 기도를 한다. 의 기도는 가난하고 굶주린 기도가 아닌, 부유하고 배부른 기도였다.

누구의 소유인가

 부와 가난의 차이는 "소유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소유는 그 대상이 "나만의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람은 맨몸으로 세상에 왔다가 맨몸으로 떠난다. 어찌 보면 세상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일 뿐이다. 스스로를 세상에 머물다가 가는 나그네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소유가 있겠는가?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가난함은 겸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흐르게 두는 것

 등산을 하다가 아름다운 폭포를 마주한 적이 있다. 그 폭포를 바라보면서 편안함을 느꼈었다. 행복은 가끔 무언가를 흐르게 둘 수 있을 때 주어지기도 한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지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가난해야만 행복하고 천국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소유하는 것에 대한 내적 집착을 잠시 내려놓고, 그것들이 흘러야 할 때 흐를 수 있게 둔다면, 행복과 천국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흐르게 될 것이다.

행복의 조건

 복음 속 예수님이 강조한 여러 행복 조건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난함, 굶주림, 울음, 타인의 비난, 모두 부정적인 것들이다. 이 단어들을 조금씩 음미하다 보니 이렇게 표현되는 것 같다.

  • "나그네의 가난함"
  • "어머니의 곁에서 계속해서 자라나고자 하는 젖먹이의 굶주림"
  •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님을 깨달은, 길 잃은 아이의 울음"
  • "정신 차리고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주변인들에게 받게 되는 비아냥"

행복을 향한 내비게이션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행복 또는 하느님 나라를 향하는 내비게이션의 순서가 보이는 듯하다. 복음 속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자 하시지 않았을까. "이 상황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잘 가고 있는 것이네. 힘을 내고 그 길을 가보게. 곧 목적지에 도착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