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갈망, 그리고 치유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2. 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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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창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치유를 간절히 원할 때

 몸, 또는 마음이 죽을 만큼 아픈 적이 있는가? 아니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서 힘들어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던 적이 있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치유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오늘 말씀 달력 구절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는 간절한 치유에 대한 갈망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복음 전문을 읽으면서 상상해본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손을 댄다는 것

 아주 유명한 그림 "천지창조"가 생각난다. 그림 속 아담은 손가락을 늘어뜨리고 있으며, 하느님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있다. 마치 하느님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직접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러다 문득, 하느님은 하늘 꼭대기 저 멀리가 아닌,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의 돌잡이

 우리나라 문화에는 돌잡이가 있다. 그때 아이가 잡는 것을 아이의 복이라고 믿으며 치러지는 행사이다. 아이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을 잡는다. 관심이 없는 물건을 부모님이 아무리 쥐어주어도, 아이는 그 물건을 던져버린다.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잡는다.

치유에 대한 갈망

 돌잡이가 지나고, 세상을 더 살아가다 보면 갈망은 다양해진다. 예수님께 모여든 병자들은 모두 치유를 갈망했다. 신기하게도 예수님은 그들에게 몸소 다가가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병자들을 찾아가 일일이 치유의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병자들은 예수님의 옷자락에 직접 손을 댔을 뿐인데, 모두 낫게 되었다.

갈망의 형태

 갈망을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분류해본다. 하나는 소유를 지향하는 갈망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상태를 지향하는 갈망이다. 소유를 지향하는 갈망은, 원하는 대상을 자신 쪽으로 끌어온다. 반면에 상태를 지향하는 갈망은 자신이 그 대상을 향하여 움직인다.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두 사례를 살펴보자.

두 부자의 사례

 소유 지향적인 사람은 돈을 자신에게 끌어 모으려 한다. 따라서 돈은 많아지고 부유해지더라도, 자신의 상태는 변하지 않는다. 상태가 변하지 않았기에, 그 부자는 돈을 많이 모아도 여전히 공허하고 불안하다. 상태 지향적인 사람은 부자라는 상태가 되고 싶어 한다. 돈 자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돈으로 인해 불안해하지 않는 상태로 옮겨간다. 부자의 상태로 옮겨간 그 사람은 전처럼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

결혼의 경우

 결혼도 마찬가지이다. 연인이 자신의 소유가 되기만을 지향하는 결혼은,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상태를 지향한 결혼은 행복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무언가를 자신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곳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행복을 향한 여정을 가능하게 한다.

 

상태 변화의 또 다른 이름, 치유

 그러한 의미에서 복음에 등장하는 병자들은 치유, 곧 상태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해주었지만, 당시 세상 모든 병자들을 낫게 해주지는 않았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건강한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을 치유해주었다. 그 간절함은 아픈 이들이 건강한 몸이라는 대상을 자신 쪽으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줄 예수님 쪽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물에 빠진 사람

 어떠한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직접 구하러 가지 말고 밧줄을 던지라고 교육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구하려는 사람마저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따라서 밧줄과 같은 도구들을 이용해 그 사람이 직접 물밖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하느님의 옷깃

 아픈 상태에 있는 우리 앞에는 하느님의 손가락이 있고, 예수님의 옷깃이 있다. 자신이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대고 있다면, 눈을 들어 하느님의 옷깃을 찾아보자. 그것이 기도일 수도 있고, 주변의 조언일 수도 있으며, 문득 읽게 된 글귀일 수도 있고,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일 수도 있다. 옷깃을 보았다면 그곳에 손을 대기 위해 자신을 움직여보자. 그리고 옷깃을 움켜쥐고 자신의 입맛대로 끌고 오지 않도록 주의하자. 그렇게 하느님의 옷깃에 손이 닿게 된다면 구원이라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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