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행해야 하는 것
오늘 복음 말씀 구절로는 미사를 통해 자주 들어오던 말씀이 등장합니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말씀은 오늘날의 성체성사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말씀이기에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복음 전문 중 해당 말씀 구절이 등장하는 앞부분을 읽어보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예수님이 간절히 바란 것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이 수난을 겪기 전, 제자들과 함께하는 파스카 축제를 간절히 바랐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예수님이 간절히 바란 그 무언가가 거창하고 화려한 날이 아니라, 제자들과의 함께 식사하는 날이었다고 생각하니 살짝은 혼란스러워집니다. 혼란을 뒤로한 채 그날의 식사자리를 나름대로 상상해보았습니다. 예수님은 달릴 길을 다 달려서, 예정된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또 많은 가르침을 준 제자들과의 마지막은 분명 아쉬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만찬이 마지막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정말로 마지막 날이 아니었습니다. 영원한 이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날을 간절히 바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둥지를 떠나는 새
예수님이 빵을 나눠주며 말씀하시는 그 모든 말과 행동들은, 어느새 다 자란 아기새가 둥지를 떠나기 전, 마지막 먹이를 물어다 주는 어미새를 떠오르게 합니다. 좁은 둥지 안에서,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웁니다. 이제는 때가 되어, 아기새는 둥지를 떠나 날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날 수 있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함께해주십니다. 예수님은 둥지 속에 아기새들만 두고 떠나버리는 어미새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들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는 날을 꿈 꾸고 계시기에, 그리고 그날이 올 것을 알고 계시기에, 우리가 준비된 그날을 간절히 바라셨을 것입니다.
결국은 그렇게
아기새들 중에는 어미새의 뜻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머물던 둥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새들도 있습니다. 둥지를 떠나지 않는 아기새는 점점 크기가 커져, 둥지 안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겠지요. 둥지에 남아서 자신이 생각하는 삶만 고집하는 아기새는 주변의 형제들을 밀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치 다 자란 새가 나는 법을 배워 둥지를 떠나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예수님의 수난이 그랬고, 죽음이 그러했습니다. 한 번도 날아보지 못한 새가 날갯짓을 하려면, 추락이 있어야 합니다. 새는 자신의 몸이 떨어질 때 빌소 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두려워서 둥지에 가만히만 있는다면, 커져가는 자신의 몸으로 인해, 결국에는 둥지와 함께 추락하게 됩니다. 전자의 추락은 나는 법과 생명을 주지만, 후자의 추락은 그렇지 못합니다.
먹이와 날갯짓
어미새는 아기새들이 스스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날을 위해, 항상 먹이를 주고 또 날갯짓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자신이 먹어야 할 먹이를 게워내면서 물어다 주는 먹이는, 어찌 보면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는 것과 같다고도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삶을 다 바치면서 우리에게 전해준 그 먹이들은, 편안한 둥지 속 삶이 아닌, 우리의 자유로운 날갯짓을 위한 양분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먹이를 받아먹고, 또 그분이 알려주신 날갯짓을 기억하여 행하여야 합니다. 만약 살아가면서 추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때가 배워왔던 날갯짓을 행하여야 하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희는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따르렵니다. 당신을 경외하고 당신의 얼굴을 찾으렵니다. 저희가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해 주소서.
- 다니엘서 3장 41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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