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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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
그물을 던지는 사람

말씀대로 그물을 내리다


 오늘 복음 말씀에는 이러한 구절이 등장하십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행한다는 것과 그물을 내리는 것에 대해,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시몬의 배에 오르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이 시몬의 배에 오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시몬은 예수님께서 훗날,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시는 물고기를 낚던 어부였습니다. 예수님은 군중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던 도중, 시몬의 배에 올라, 잠시 머물게 됩니다. 그때 예수님은 시몬에게 깊은데로 저어나가서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시지요.

 

 시몬은 조금 전까지도 고기를 잡기 위해 수차례 그물을 던진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군중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하던 예수님이었을지라도, 어부의 눈에는 그저 그물을 던져본 경험이 없던 사람에 불과하였지요. 하지만 어부였던 시몬은, 그러한 선입견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스승님이 명했던 것을 실행합니다. 시몬이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자, 놀랍게도 조금 전과는 차원이 다른 양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경험


 우리는 어떠한 일에서 '경험'을 중요시 여깁니다. 어떠한 사람이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그 사람의 경험과 실적이 얼마나 많은가에 비중을 둡니다. 어부일에 있어서 전문가는 예수님이 아닌, 시몬이었습니다. 자신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며, 밤새 직접 그물을 던져본 전문가의 경험은, 경험이 없던 비전문가의 조언보다는 훨씬 믿을만한 판단기준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몬은 결국 무경험자이자 비전문가였던 예수님의 지시를 따릅니다.

 

 '경험'은 우리의 사고와 지혜를 풍부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경험'만을 스승으로 삼기 시작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그릇이 작아짐을 느낍니다. 시몬은 자신의 경험을 스승으로 삼아 살아왔지만, 예수님, 즉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경험을 뛰어넘는' 스승을 모시기로 선택합니다. 이러한 선택과 실행이 시몬의 그릇을 더욱 크게 만들어주었지요.

 

그릇이 작다면


 호수 안에 물고기가 아무리 많더라도, 물고기를 잡아 올릴 배가 작다면, 많은 물고기를 건질 수 없습니다. 또한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그들의 흐름과 방향을 알지 못한다면,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 즉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모든 것들에 대한 흐름과 방향을 알고 계시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경험은 이미 지나가버린 것들을 근거로 무언가의 방향을 추측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예수님은 그 흐름과 방향을 주도하시는 분이기 때문이지요.

 

 예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된 순간, 베드로는 자신이 지녔던 선입견과 불신을 고백합니다. 스스로를 죄 많은 사람이라 여겼던 것은 그의 과거가 악랄하고 무자비했다기보다, 평소 다가오던 하느님의 말씀보다 자신의 경험을  우선시했던 과오를 깨달은 부분에서 나왔던 고백일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사람을 낚는 어부


 그동안 올바르게 살지 못했던 자신에게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시몬은 예수님께 떠나 달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두려워하지 말라며, 시몬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시몬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예수님의 말씀으로 함께 엮어진, "예수님을 경험한" 특별한 그물이 주어졌습니다.

 

 시몬은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 즉 물고기를 잡던 기술과, 예수님의 말씀을 스승으로 삼으며 나아가던, 트인 사고방식이 어우러져서 수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직 자신의 경험만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 일들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졌음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사람을 낚는다는 일은 아마도, 시몬이 느꼈던 이러한 과정을 이웃에게 전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경험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우선적으로 선택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집니다. 매일 미사의 복음을 통해 다가오는 예수님의 어떠한 말씀이, 우리의 배를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게 할 때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반감을 느끼게 하는 우리의 선입견과 불신을 잠시 내려놓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자리에서 그물을 던져봅니다. 복잡하게 엉켜있던 우리의 선입견과 불안감을, 호수에 그물처럼 내려놓는다면, 우리의 마음속 고깃배는 여태컷 느껴보지 못한 풍요로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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