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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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봉 기계
옷을 꿰매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러한 말씀을 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것을 새로운 그릇에 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지, 그리고 이 비유에서 우리가 알아차려야 할 사실은 무엇인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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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다


 복음에 등장하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예수님을 공격합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을, 요한과 그의 제자들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행실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지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의 일행이 자주 단식하며 기도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무작정 단식하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단식을 해야 할 때에 단식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씀하십니다.

 

적절함


 사실 '단식' 자체가 거룩하고 선한 행위는 아닐 것입니다. 단식이라는 행동보다, 단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마음가짐을 지니고 단식을 하는 것이 중요할 테니까요. 예수님은 이처럼 "적절함"에 대해 강조하고 계십니다. 먹고 마시며 기뻐해야 할 잔치에서는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게 적절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빼앗긴 상황에서는 단식을 하며 기쁨을 잠시 멈추는 것이 적절하지요.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적절하게 어울리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작 기뻐해야 할 때에는 단식을 하고, 기쁨을 잠시 멈추며 단식을 해야 할 때에는 기쁨을 찾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말이지요. 예수님께서 오늘 비유로 말씀하신 두 가지 이야기는, 우리 마음의 "적절한 배치"를 충분히 강조해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다?


 새 옷에서 찢어낸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꿰매지 않는다는 것과,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는 말씀은, 무조건 새로운 것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것, 즉 우리가 새롭게 마주하는 상황에는 기존의 마음가짐이 아닌,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그러한 교체가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이야기이지요.

 

 무작정 단식하며 기도하는 것이, 항상 올바르고 적절하다고 판단했던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은 새 옷깃을 헌 옷에 대고 꿰매고 있었습니다. 한 때는 그들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이었을 '단식'은 어느새 그들에게 절대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단식을 해야 한다는 그들의 생각은 그렇게 '헌 옷'이 되어버렸지요. 포도주를 묵은 것만 찾으며, 항상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비유는, 이러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의 태도를 떠오르게 합니다.

 

생명은 창조의 연속


 사실 '생명'은 계속되는 창조의 연속입니다. 무언가가 평생을 같은 모습과 같은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 아닌, 죽어있는 것일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가 '무한하다'라고 하느님을 표현하는 이유는, 하느님이 지닌 "영원한 생명"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생명은 멈추어있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나아가고 변화되는 존재에게 부여되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찾아오는 새로운 상황은, 우리의 내면과 영혼이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새로운 상황이 우리에게 주어질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워갑니다. 만약 모든 상황에서 취해야 할 우리의 태도나, 마음가짐과 생각이 항상 같아야 한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닌 기계에 가까운 삶일 것입니다.

 

 우리가 한때 새롭게 깨달았던 사실도, 시간이 지나면 헌것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경험, 우리의 생각, 우리의 감정, 우리의 자세를 절대적인 것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몸속의 세포도, 매 순간 새로 창조되고 또 사라집니다. 지나간 것에 머무르며 답을 내리려 하고, 자신의 판단이 절대적이라고 믿는 태도를 경계한다면, 유일하게 절대적인 하느님이 우리를 이끄시고 계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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