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9. 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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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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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의 주인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이 구절은 안식일이라는 형식에 갇혀, 본질을 잊어버린 우리들에게 무언가를 일깨워줍니다. 복음 전문을 읽으며,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


 오늘 복음에서는 밀 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먹는 예수님의 일행에게,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바리사이들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바리사이들에게 예수님은 성경에 기록된 다윗의 사례를 드시며,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말씀하시지요.

 

 그렇다면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였을까요?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안식일은 하느님을 기억하며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했지요. 하지만 그러한 형식에 점점 집착하다 보니, 안식일에 편안히 쉴 수 있는 마음가짐보다는, '이것도 하면 안 되는데, 저것도 하면 안 되는데' 하며 불편한 마음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섣부른 주인 행세


  분명 예수님의 일행을 바라보는 바리사이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식일에는 쉬어야 한다며, 예수님 일행의 행동을 나무라는 그들의 마음에는 "쉼"과 "편안함"이 없었지요. 하지만 정작 예수님과 그 일행의 마음은 편히 쉬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섣불리 우리가 주인이 아닌 영역에서 주인 행세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리사이들 역시 안식일에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을 자신이 계속 추가해나가면서 안식일의 주인 행세를 하였지요. 예수님은 그러한 바리사이들에게 자신이 안식일의 주인임을 드러내십니다. 안식일의 주인은 바로, 우리에게 안식을 줄 수 있는 존재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무언가를 제시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형식과 본질


  다윗의 사례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임의로 만들어낸 형식과, 하느님께서 전해주고자 하는 본질이 확실하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배가 고팠던 다윗과 다윗의 일행은 하느님의 집, 즉 성전에 차려진 제사 음식을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형식에 의하면, 이 제사 음식은 '사제들이 아니면 건들 수 없는' 음식이었지요.

 

 분명 이러한 규정은 하느님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사람들이 정해놓은 것이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진정한 뜻은 그러한 규율과 전혀 상관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하느님의 집에서 사제들만 배불리 먹는 것보다, 그곳에 방문한 굶주린 이들이 배를 채워가는 것에 더 밀접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규율들의 본질을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무작정 따르기만 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그 규칙들은 그들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지요. 하지만 그 규칙이 오히려 지키고자 하였던 소중한 것을 파괴하고 있다면, 그 규칙이 아무리 오래된 것이라 하여도, 수정되거나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은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에서 만들어낸 모든 규율들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지향해야 합니다. 안식일 역시,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집중하는 것보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위해 만들어진 형식이지요.

 

 하느님의 사랑보다 형식 자체가 강조되고 있는 규율들이 있다면, 우리는 그 규율 자체보다, 하느님의 사랑에 가까워지는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주하는 갈림길에서, 늘 하느님께 질문을 던지며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지, 사람들이 만들어낸 규율에서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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