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하신 대로
오늘 복음 말씀 구절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고백이 등장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응답 안에는 하느님을 향한 부드러운 순종이 느껴집니다. 복음 전문을 살펴보며, 진정한 순종은 무엇인지, 그리고 성모님은 어떻게 순종을 택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봅니다.
복음 전문
천사의 기쁜 소식
처녀였던 성모님에게 어느 날 가브리엘 천사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기쁜 소식이 있다며, 마리아가 겪게 될 어떠한 상황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 소식은 사람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지어 마리아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을 담고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며, 하느님의 아드님인 예수님을 잉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합니다. 예언의 결말을 아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 날의 소식이 정말 "기쁜 소식"임을 알아차리지만, 당시의 마리아에게는 순종이 정말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순종의 과정
마리아는 이러한 소식을 듣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무작정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고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걱정하는 부분도 하느님께 이야기합니다. 두려움을 스스로 억누르기보다, 자신의 두려움을 하느님께 드러내 보입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지나고 마리아는 순종을 택합니다. 스스로를 하느님의 종이라고 고백하면서 말이죠. 순종은 복종이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과 걱정을 모두 제거해버리고, 기계처럼 따르는 것은 순종이 아닙니다. 무조건적이고 반사적인 복종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순종의 과정이 아닐 것입니다.
알지 못하는 미래
마리아를 찾아온 가브리엘 천사는, 성모님으로서 겪을 미래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계획하시고 약속하신 것에 대해는 확실히 전달해줍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연애를 하며 결혼을 약속하고, 또 서로의 동반자로 살아가는 과정이 떠오릅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서로의 '당신'이 되어주기로 미래를 약속합니다. 상대를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에게 순종하는 길을 택합니다. 앞으로 겪을 모든 일들을 알아만 사랑과 순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 내비게이션
여행을 나설 때도 목적지를 정합니다. 하지만 그 목적지로 가는 길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는 전부 알지 못합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여행지에 도착해있습니다.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하느님이라는 내비게이션에 입력해봅니다. 행복을 향한 여정에서 어떠한 길을 걸어갈지를 하느님께 맡겨봅니다. 어떠한 길을 걸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마련해주신 길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하느님 약속해주신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복음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느님이 미울 때 화해하는 법 (0) | 2022.03.27 |
---|---|
하느님을 안다는 것, 하느님이 원하는 것 (0) | 2022.03.26 |
가까워지거나 혹은 멀어지거나 (향하지 않는 것) (0) | 2022.03.24 |
완성된 율법은 무엇일까 (복종과 순종) (0) | 2022.03.23 |
얼마나 용서해주어야 하는가 (자비를 베푸는 것) (0) | 2022.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