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산 이들의 하느님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11. 6. 20:18
반응형
붓

산 이들의 하느님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산 이들의 하느님이라는 말씀에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누가 진짜 남편인가


복음에서는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가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그분을 시험하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부활이 실현되었을 때, 기존의 삶과 새로운 삶 사이에서 복잡하게 뒤얽힐 상황을 가정하면서 예수님을 곤란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지요. 사두가이들은 생전에 일곱 형제들을 차례로 남편으로 맞이한 여성을 사례로 들며, 부활 때 누가 진짜 남편이 되는 것인지를 예수님께 물어봅니다.

이에 예수님은 "누가 남편이다."라는 결정의 답을 일러주시지 않고, 이 세상에서는 결혼을 하지만, 부활이 허락된 이들에게는 결혼이 필요하지 않다는 대답을 하십니다. 어쩌면 우리는 복음 속 사두가이들처럼 "부활"을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죽음"과 "세상"의 반복되는 모습에만 매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살아난다"라는 것은 새롭고도 완전한 존재로 새 삶을 얻게 되는 것이지,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대로 반복되는 삶을 다시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지요.

다시 태어나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과, 부활, 즉 "다시 태어남"에는 "새로움"이 담겨있습니다. 사두가이들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간다는 사실보다, 과거의 삶을 이어나간다는 사실에 더욱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활을 믿지 않는 마음은 어쩌면, 과거에 얽매어있는 우리의 마음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돌아옴을 뜻하는 "회개" 역시, 과거에 얽매어 있을수록 어려워집니다.

우리의 부활은 "회개"를 거쳐 가능해지는 만큼,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주어지는 은총일 것입니다. 예수님은 "부활"이 "자격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짐을 말씀하십니다. 부활은 우리가 믿는지 믿지 않는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활은 우리가 새로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존재인지, 그리고 생명의 빛을 계속해서 밝혀나갈 수 있는 존재인지에 따라 주어지는 것입니다.

되살아나다


죽은 이들은 분명 되살아납니다. 생명을 이어갈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존재들은 계속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반열에 들 수 있으려면,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가치를 조금씩 완성시켜가야 합니다. 우리의 진정한 가치는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서 발현되고 성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가치는 "생명"과 "빛"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자 빛이기에, 죽음과 어둠에 속한 이들이 함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는 사실 모든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존재한다는 것은 그 대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유한한 감각과 자각으로는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전부 느낄 수도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세상에 머물다가 떠나간 모든 존재들을 느끼고 기억하고 있기에 하느님에게는 모든 존재가 늘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허락을 통해 일어나는 부활은 하느님의 "재창조"와도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기억하고 계시는 누군가의 존재를 바탕으로, 다시 그 사람을 창조하는 것이 "부활"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록 우리의 육신과 정신은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고 흐려지겠지만,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시는 하느님의 손길로 인해, 우리의 존재는 더 온전한 방향으로 다시 허락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죽음이 지난 후 새로운 생명이 허락될 수 있도록, 우리의 존재가 죽음과 어둠이 아닌, 생명과 빛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청해봅니다.

채널 친구 추가 버튼
카카오톡 채널 친구 추가

'복음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행을 본보기로 보여주다  (1) 2022.11.08
꾸짖음과 용서  (0) 2022.11.07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2) 2022.11.05
주님 안에 굳건히  (0) 2022.11.04
회개의 기쁨  (0) 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