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것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11. 1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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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산
거대한 산

머리카락 하나도


 오늘 복음 말씀에는 이러한 말씀이 등장합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이 구절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상실"을 떠오르게 합니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뜻은 무엇일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다 허물어질 때


 예수님은 성전을 소중히 여기며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성전은 그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전부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러한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예수님께 그러한 일이 다가올 시기를 물어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때가 되기 전, 자신을 그리스도라고 칭하며 현혹하려 하는 이들을 조심하라는 말씀만 남기실 뿐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은 멸망의 소식이 들려와도 그것이 끝이 아니니, 낙심하지 말라는 말씀도 함께 건네십니다. 마주하고 싶지 않더라도 멸망의 상황은 분명 찾아올 것이며, 그전에 하느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이 박해받는 상황도 펼쳐질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하느님을 증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이들은 죽임을 당할 만큼의 미움을 받을 것이지만, 결국에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상실과 멸망


 

 복음에 나열된 단어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굉장히 과격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핵심을 담고 있는지를 되돌아본다면, 우리가 알아차려야 할 예수님의 가르침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상실"과 "멸망", 즉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쌓아온 재력, 그리고 평판, 또는 인간관계나 실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리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쌓아 올린 것이 많을수록, 이 두려움은 더욱 커져갑니다. 마치 벽돌 하나하나를 옮겨 쌓아 올린 성전을 절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때, 그 무너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진실을 알려주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진실을 알려주십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쌓아 올린 성전이라 할지라도, 아무리 거룩하고 고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그것이 다 허물어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쌓아 올리고 있는 무언가가 영원할 것이라 믿으며, 환상이 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는 "멸망"과 "상실"의 때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 때는 하느님을 증언할 수 있는, 즉 무너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은 무언가가 드러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가 되기도 합니다.

 

낮보다 밤에 더 빛나다


  등불은 밝은 대낮보다, 어두운 저녁에 더 밝게 빛납니다. 사실 전등이 내비치는 빛은 그대로지만, 주변이 어두울수록 그 빛이 더욱 밝게 보이는 것일 테지요.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라져 가는 도중에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가 발견한다면, 우리의 시선은 그곳으로 집중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즉 절대적이고도 파괴되지 않는 어떠한 가치를 증언할 수 있는 때가 바로, "멸망"과 "상실"의 때일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그리고 그것에 엮여있는 우리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파괴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걱정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분명하게 우리의 존재는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는다"라는 표현은, 우리의 육체적 불멸을 이야기하기보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하느님께서 허락해주신 우리의 존재에 대한 영역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결말이 나올 때까지


   영화나 책을 볼 때도, 그 작품을 끝까지 감상하지 않았다면 결말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에 대한 결말 역시, 그 끝까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을 테지요.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의 존재는 함부로 파괴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자신의 여정을 이어나간다면, 우리의 여정의 끝에는 분명 영원한 생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미리 포기하지 않고, 미리 겁먹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여정에서 그 무엇도 잃지 않고 걸어 나갈 수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과 상실이, 결국에는 또 하나의 가르침과 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생명을 향한 우리의 계속되는 여정을 이어 나가 봅니다. 우리가 존재하게 되면서 가져온 것은 없었기에, 어쩌면 우리에게는 잃어버릴 그 어떤 것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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