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1. 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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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받는 예수님
세례 받는 예수님

믿는 이와 믿지 않는 자

 오늘 말씀 달력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이 부분만 본다면 굉장히 위협적으로 다가오지만, 복음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조금 시각을 달리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말씀 달력에 드러난 구절 외에도 복음의 앞뒤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음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복음 전문

복음, 기쁜 소식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여기서 복음은 Good News, 말 그대로 기쁜 소식을 의미한다. 오늘 말씀 달력에 적힌 구절 뒤에서 등장하는, 믿는 이들에게 생기는 일들을 살펴보면, 마귀를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를 말하며, 독을 마셔도 해도 입지 않고,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과연 이 현상들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들

 이 현상들은 모두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들이다. 여기서 "자연스럽다"라는 표현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의미보다, 그 상태로 방치해두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복음 속 등장한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마귀가 들린 사람은 그대로 둔다면, 마귀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또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언어는 말할 수 없는 게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독을 마시면 죽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병자들은 앓다가 서서히 죽거나 오랜 시간 이후에 치유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이다.

믿고 세례 받는다면

 하지만 어떤 이의 믿음이 세례라는 행동변화로 이어진다면, 원래는 죽음으로 가고 있는 어떠한 자연적인 방향이 기적적인 방향으로 전환되어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우리가 마주했던 그 구절로 돌아와 보자.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여기서 믿지 않는 자들이 단죄를 받는 것은, 그들이 믿지 않았기에 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죄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 이들을 "구원"이라는 방향으로 전환시켜 줄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단죄는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스럽게 향하고 있는 기존의 종착지인 것이다.

정리해본다면

 표현이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정리해본다면,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라는 구절은, "믿으면 상주고 안 믿으면 혼낸다."라는 형식의 협박이 아니다. 독을 이미 마셔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이들에게 "믿으면 살 수 있다"라고 말하는 기쁜 소식인 것이다. 믿지 않으면 단죄받는다는 의미는, 안 믿으면 단죄하겠다가 아니라, 믿고 세례 받지 않으면 변화가 없이 원래의 결말인 단죄에 도달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믿고 세례를 받는다는 것

 그렇다면 믿고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종교적 예식을 거행하는 것만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이 믿는 것이고, 무엇이 세례를 받는 것인지는 단순히 남의 이야기만 믿고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자신이 믿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고, 또 자신이 받는 세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그 행동에 진정성이 담길 것이다.

 

진정한 믿음

 남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요하는 믿음은 믿음이라 할 수 없다. 내 마음에서 생기는 의구심들과 질문들을 직면하면서 다져지는 믿음이 진정한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신앙은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믿음의 연장으로 세례를 받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믿음과 세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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