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이미 알고 계신 하느님께 청해야 하는 것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3. 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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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이
어머니와 아이

청하기도 전에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라고 알려줍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는 것은 당연한 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오늘의 말씀은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복음 전문을 살펴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이미 알고 계신 하느님께는, 어떻게 청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빈말을 되풀이하는 것

 복음 앞부분에서 예수님은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빈말"이라는 표현이 과거에 드렸던 기도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언가를 청하는 나의 마음과, 실제 나의 행동이 달랐던 기도들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때때로, 빈말의 기도를 드릴 때가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청하면서, 그 결과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때, 그 기도는 빈말이 됩니다. 어떠한 상태를 지향하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그 기도 역시 빈말이 됩니다. 기도를 마치 "들어주면 고맙고, 아니면 말지"라는 식의 보험으로 생각하며, 하느님 앞에 던져놓을 때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다

 그래서 오늘 복음 속 예수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말을 많이 한다고 좋은 기도가 아니다." 이러한 말씀 뒤에 등장하는 오늘의 복음 말씀 구절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이 이미 알고 계신다면, 하느님께 하나하나 청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느님과의 약속

 사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일방적인 소통이 아닙니다. "금 내놔라, 은 내놔라" 식의 빚 독촉이 아니란 말입니다. 기도는 일방적인 요구보다, 상호 간의 소통과 약속에 가깝습니다. "하느님, 이러한 길을 가고 싶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 길이 저에게 필요하다면 함께해주세요. 저도 하느님과 함께 걸어갈게요."


어머니와 아이

 갓난아기들은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울며 보챕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늘 생각하고 있기에, 울기만 해도 그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합니다. 그렇게 아이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사랑의 만찬

 그렇게 자라난 두 아이가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 어머니의 밥상이 그리워졌습니다. 어른이 된 자식은 집에 계신 어머니께 찾아가 밥한 끼를 부탁합니다. 어머니는 늘 그래 왔듯이 자식에게 밥을 지어줍니다. 다 자란 자식은 이제, 식사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거들어 함께 만찬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함께 준비한 밥상은 더욱 풍요로운 '사랑의 만찬'이 됩니다.

 

만약에 자식이

 만약에 자식이 어머니와의 식사가 아니라, 밥 자체만 원하고 찾아왔다면 어떠했을지도 상상해봅니다. 당장의 밥 한 끼를 때우기 위해서 어머니에게 밥을 요구했다면, 위의 상황처럼 풍요로운 만찬이 되지는 못하였겠지요. 

 

청하는 것을 결국

 우리가 청하는 행위는 사실, 그 대상 자체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 분에게 청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과의 관계가 가까워집니다. 

 

주님의 기도

 예수님은 복음에서 하나의 기도문을 알려주십니다. '주님의 기도'라고 불리는 이 기도는 그리스도교의 대표적인 기도문이 되었습니다. 이 기도를 통해 예수님은 "하느님과의 관계"를 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을 청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하는 과정을 통해, 하느님과 '어떠한' 관계가 되어야 하는지를 짚어주시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