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이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7. 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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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누군가와의 작별

무덤에 가서 보니


오늘 복음 구절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이 구절을 통해 이별과 재회를 떠올려봅니다. 복음 전문을 읽으며, 예수님의 무덤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누군가의 존재


우리는 흔히 영혼과 육신이 함께하고 있는 존재를 사람이라 부릅니다. 우리는 영혼만 있는 상태 거나, 육신만 있는 상태를 보고, 사람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사건을 통해, 사람의 영혼과 육신이 분리되어도 우리는 그 사람의 존재가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지 못할 뿐이며, 우리는 그의 존재가 육신에 남아있지 않고, 그 영혼에 담겨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그 대상이 남기고 간 것들에 지나치게 머물러있고자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마음 안에는 그 사람이 떠나지 않고, 우리의 곁에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함께하고 있지요. 사실 이러한 욕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우리의 그러한 마음이 자신만을 위한 욕심임을 받아들일 때, 우리를 떠나야 하는 그들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했던 만큼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을 정말 사랑하였습니다. 천한 신분이었던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와준 사람은 예수님이 유일하였으니까요. 마리아 막달레나는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잃기 싫었을 것입니다. 그러했기에 예수님의 죽음 이후에도, 그분의 무덤 곁에서 자리를 잡고 하염없이 슬퍼하며 기다렸을 테지요.

그러한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예수님을 기억할 수 있는 유일한 흔적인 예수님의 무덤이 치워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커다란 돌은 치워져 있고 예수님의 시신은 사라져 있지요. 이별이 준비되어있지 않았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또 한 번의 강제적인 이별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라도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는 그분의 무덤이 사라지는 것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는 너무나도 큰 고통과 좌절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예수님이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누구를 그렇게 찾고 있느냐며, 슬퍼하는 이유를 물어보시지요. 마리아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분에게 사라진 예수님의 시신의 행방을 물어봅니다. 그러나 마리아 막달레나를 부르는 그분의 말씀으로, 그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주 특별한 힘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마음에 어떠한 것을 품으면, 그것과 가까워지는 그러한 능력이지요. 얼핏 듣기에는 특별한 초능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이미 이러한 능력을 체감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동경하거나 미워하는 사람을 마음속에 품기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품었던 사람을 닮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있지요. 또한 자신이 원하던 대상을 마음에 품고 살아갈 때, 평소보다 더 그 대상을 마주하게 되며, 결국 그 대상을 가까이 두게 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빌어오던 소원이 어느새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할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마음속 연결고리


아무래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육체로만 이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닌, 영혼이 함께하고 있는 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기도로 표현되기도 하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응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떠올린다는 것은, 그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은 물론 그 대상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속 신앙에서도 이러한 영적인 연결고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한을 품는다던가, 떠나간 이를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돈다라고 이야기하지요. 우리의 마음이 어떨 때는 분명, 누군가를 끌어내리고, 또 나 자신을 묶어두면서 각자의 여정을 방해할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정을 이어가다


예수님은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이러한 말씀을 전하십니다. '나는 아직 아버지 하느님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붙들지 말거라, 그리고 나의 여정은 하느님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스스로의 여정에 집중해야 하며, 우리를 떠난 이들의 여정을 방해해서는 안됨을 알려주시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찾아가서 자신이 예수님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수님은 단순히 그분의 시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지요. 마리아는 예수님의 존재가 시신의 형태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여정을 떠나고 있는 존재임을 보고 깨달았기에, 더 이상 슬퍼하거나 좌절하며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 세상에서의 여정을 훌륭히 마치고, 다음 여정을 이어나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들은 하느님을 향해서 올라가는 하나의 계단들이었지요.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 그 여정을 밟아갑니다.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었고, 또 보내고 있으며, 또 보낼 다양한 사람들 모두, 그 여정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그 과정에서 잠시 우리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결국 우리의 여정은 하느님이라는 최종 목적지에서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는 노랫말처럼, 지금 우리가 겪은 이별이 여정의 종착점이 아니기에, 그 이별에 머무는 일도, 얽매이는 일도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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