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고받는 것
오늘 복음 말씀 구절에서는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언뜻 듣기에는 철저한 주고받는 관계(Give & Take)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하는 사례들을 읽어보면,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함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 전문을 읽어보며, 오늘 말씀 구절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를 생각해봅니다.
복음 전문

자비로운 사람
복음 속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일러주십니다. 하느님이 그러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는 말씀이시지요. 하지만 각박한 세상 속에서 온전히 자비롭게 살아가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내 것을 주기만 한다면, 자비로운 사람이 아닌 호구가 되어, 오히려 '빼앗기기만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무언가를 주는 사람
우리는 흔히 자비를 "베푼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비를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 우리에게 강조하는 것은 '물질적인 줌'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강조하는 "줌"은 바로 자비를 의미합니다. 남을 심판하지 말고, 단죄하지 말며, 용서하는 것은 모두, 자비를 베푸는 행위입니다.
자비의 저금통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풍요와 만족을 위해, 우리는 저금을 할 때가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사기에는 부족한 돈이, 모이고 모여서 커다란 돈이 되기를 바라며 조금씩 저금합니다. 자비도 이와 같습니다. 자비의 저금통 안에,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자그마한 자비들을 모아간다면, 나중에 우리가 받을 자비는 정말 커질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커 보이지 않는 자비는 모이고 모여, 나중에 우리의 목숨을 살릴 자비가 됩니다.
현명한 투자
현명한 투자는 오래 지속되는 것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상이라는 투자처에 물질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죽어서는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에 과도하게 투자하는 행위는 현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마치 우리에게 현명한 투자를 알려주시고 계시는 듯합니다. 심지어 그 투자를 통해 우리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는 "자비"라는 종목을 알려줍니다.
오히려 반갑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생각하다 보면,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일 테니까요. 하지만 자비를 베푸는 과정에 대해서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올바른 자비
우리는 올바른 자비가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자비는 누군가가 우리에게 잘못을 저지른다거나, 해를 입히는 경우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자비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떠올려야 합니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진정한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베푸시는 자비
하느님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면서 무작정 다 받아주지 않습니다. 어떠한 점이 잘못된 것인지 일러주시고, 그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생기는지를 알려주십니다. 하느님은 그 후에 자비를 베풀어주시지요. 우리의 자비도 그러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으로 다 받아주는 것은, 자신을 위하는 길도, 상대를 위하는 길도 아닙니다. 자비란, 상대의 행동이 올바르기에 베풀어주는 것이 아닌, 잘못된 상대의 행동을 서로를 위해 용서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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