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묵상

하느님 나라의 우리 자리를 넓히다

미카엘의 하루 묵상 2022. 8. 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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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라를 우리에게 주시다


 오늘 복음 말씀 구절을 통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지, 복음 전문을 읽으며 묵상해봅니다.

 

복음 전문

복음 전문
복음전문

작은 양 떼야, 두려워 말거라


 예수님은 제자들을 작은 양 떼라고 부르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고는 앞서 비유로 말씀하셨던 하느님의 나라를, 하느님께서는 너희들에게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시지요. 뒤이어 예수님은, 가진 것을 팔아 자선을 베풀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너희 자신을 위하여, 사라지지 않는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말씀과 함께 말이지요.

 

 우리는 보통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걱정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복음을 통해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너희에게 그 나라를 기꺼이 주실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조건이 아닌, 다른 무언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


  이 말씀을 듣고 한 가지 일화가 떠오릅니다. 자신이 꿈꾸던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는 두 청년이 있었습니다. 한 청년은 자신이 지원하는 부서에서 필요할 업무적인 능력과 재능을 겸비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청년은 이력서의 항목을 늘려가는 것에 몰두하며, 합격을 위한 준비만 하였지요. 

 

 회사 측에서는 두 청년을 만나보았습니다. 첫 번째 청년은 회사에 들어와서 바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청년은 화려한 이력서에 비해, 정작 회사에서 필요한 업무능력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결국 회사 측에서는 첫 번째 청년을 뽑았지요.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꿈꾸며, 하느님 나라에서 필요한 우리의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보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에만 집중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떠한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두었다면, 그것은 결국, 문 안으로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잘 살아낼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 자격조건들에만 목을 매며 준비하기보다, 정말로 우리가 그 문을 지났을 때 필요할 것들을 준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문을 통과할 수 있게 될 테지요.

 

걱정한다는 것은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보물이 숨겨진 밭과도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가 보물이 숨겨진 밭을 발견하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서 그 땅을 살 것이고, 그 보물은 그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걱정합니다. 이 말은 어찌 보면, 아직 하늘나라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 주기도 합니다.

 

 진짜로 그곳에 있는 보물, 즉 사라지지 않는 진짜 가치를 맛본 사람은, 더 이상 그곳을 향한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그 보물을 가질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보물을 쌓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행할 뿐입니다. 진정으로 하늘나라의 보물을 맛본 사람은, 하늘나라에서도 필요할 자신의 보물을, 어떻게 하면 더 가꾸어갈 수 있는지에 집중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보물이 있는 곳에 자신의 마음이 있는 법이니까요.

 

합격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행동의 동기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한 것에만 있다면, 우리는 합격만 생각하고 그 뒤의 삶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합격만 생각하는 사람은 당연히 심사위원의 눈에만 신경 쓰게 될 테지요. 단순히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면접을 통과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삼으며 살아가다 보면, 길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하늘나라의 입국심사를 기다리며 배회하다가, 정작 하늘나라에서 살 수 있는 준비는 하지도 못하는 꼴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의 목적을 그 하늘나라의 입국 심사에만 둔다면, 예수님께서 비유하신 충실하지 못한 종이 되기 쉽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민을 꿈꾼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어떠한 가치가, 그 나라에 있다고 판단했을 때, 이민을 준비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그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차근차근 그것들을 준비해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구상이 어느 정도 그려진 다음에야, 우리는 그 나라로 입국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준비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는 것 없이, 이민 자체를 목적으로 삼고 실행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이민 절차가 까다로운 국가일수록, 이민을 희망하는 당사자의 실질적인 준비상태와 그 기반을 살펴봅니다. 이민을 순조롭게 진행시켜줄 요소들은 여권과 항공권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민을 온 나라에서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무단점거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집을 무단으로 점거한다면, 굉장히 불쾌해할 것입니다.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평생 우리의 집에서 놀고먹겠다면서 자리를 잡는 상황을 마주한다면, 분노를 참지 못할 테지요.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하느님의 집에서 하고자 할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의 집 앞에서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애걸복걸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일단 문 좀 열어보라면서, 울며 이를 갈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곳에 우리의 자리가 없다면, 집에 문이 열리더라도 그곳에 우리가 머물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주인의 재산을 맡은 종


  예수님은 우리를, 주인의 재산을 맡고 있는 종들에 비유하십니다. 주인은 종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면서 어떠한 뜻을 담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하느님은 우리에게 저마다 "사랑"이라는 재산을 주시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세상에서 조금씩, 마음속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늘에서 온 재산을 키워간다면, 그 씨앗은 점점 커져서, 새들도 깃들 수 있는 커다란 나무가 됩니다. 우리가 겨자씨를 그대로 두기만 한다면, 우리를 포함한 어떠한 생명도 그곳에 머물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그 씨앗이 자라나서 커다란 나무가 된다면, 우리를 포함한 다양한 생명들이 그 나무에서 편히 쉬면서 지낼 수 있게 되지요.

 

 어쩌면 하느님 나라에서 우리가 지낼 자리는, 우리 마음속 사랑의 크기에 비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들이 깃들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나무는, 생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떠오르게 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자유롭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즉 마음속 사랑의 공간이 더 넓어진다면,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뛰놀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넓어져가지 않을까요? 우리의 사랑을 막고 있는 수많은 매듭들을 땅에서 풀어가다 보면, 하늘에서의 매듭도 함께 풀리면서,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의 공간은 그렇게 점점 넓어져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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