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기의 연기
오늘 복음 말씀 구절에서는 우리를 한 줄기 연기에 빗대고 있습니다. 잠깐 보였다가 사라지는 연기라는 표현에서 유한함, 허무함 등이 느껴집니다. 이러현 표현을 통해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려 하시는 것인지, 복음 전문을 읽어보며 살펴봅니다.
복음 전문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지
복음의 첫 부분에는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살지를 계획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뒤이어 '내일을 알 수 없다'라는 말을 통해 삶에 대한 계획은 무의미하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그런 것일까요? 자신이 살고자 하는 곳을 정해놓고, 무엇을 하며 돈을 벌지를 계획하는 게 잘못된 것이라면, 어떠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계획을 하지도 않고 돈을 벌지도 않으며, 방구석에 가만히 있어야 좋다는 말일까요?
복음의 핵심
사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계획하지 마라"가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바로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입니다. 우리를 한 줄기 연기로 빗대며, 잠깐 있다가 사라질 존재라고 상기시키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가치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잠깐 허락된 이 삶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은, 정말로 잠깐 피어오르는 향처럼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생명은 그러한 일시적인 것에 달려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세상을 사는 것은 일시적이니 무의미하다.'라는 말은 자칫 뒤틀려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이 말은 '오늘내일을 알 수 없으니, 막무가내로 살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그 일시적인 무언가에 죽도록 목메지는 말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우리의 생명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요즘 집값의 문제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목표가 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목표를 위해 자신의 목숨과 행복마저 갈아 넣는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세상을 계획하며 살아가는 것을 비난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무언가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에게 그 대상은 당신의 목숨줄이 아님을 알리는 질문입니다. 자신을 깎아가며 추구하는 그 무언가를 되돌아보며, 진짜 생명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를 찾게 하는 질문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세상 무언가에 목을 메지 말라는 것은 세상을 회피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되, 목을 메지는 않아야 합니다. 무언가를 향한 열의 있는 힘찬 발걸음은 즐겁지만, 두려움에 쫓겨 달리는 무모한 돌진은 위험을 초래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행복을 그 누구보다도 원하고 있으며,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그 일이 정말 나에게 이롭고 행복한 길이라면, 그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허세와 자랑
허세를 부리고 자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허세와 자랑은 그 대상을 자신이 만들어 냈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어, 감사함을 잊게 합니다. 자랑이 악하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세상 모든 일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걸어갈 뿐, 그 길을 허락하고, 무언가를 일구어낼 수 있도록 하는 건 하느님의 몫입니다. 부단한 노력으로 밭을 일군 사람은 뿌듯함과 보람은 느끼지만, 허세가 담긴 자랑을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은 그 밭에서 곡식이 자라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움직였을 뿐, 그 모든 것이 하느님이 허락 안에서 가능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허세와 자랑은 그 순간에 대한 집착을 낳기에, 공허함과 허무함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됩니다.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 안 하면 죄다?
좋은 일은 선행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여기서의 좋은 일은 :자신에게 좋은 일:을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엇이 자신을 살게 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돈이 아닌 무언가가 자신을 살게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불안감에 휩싸여, 자신에게 좋은 길을 선택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를 사라질 연기라고 비유한 것은 우리 존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택에 있어서 좋은 길을 고르는 것을 방해하는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는 말입니다.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며 무엇을 쫒고 있습니까? 만약 당신이라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질 연기를 쫒겠습니까? 아니면 꺼지지 않은 불을 쫒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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